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통신요금 인하 空約'

“시장경쟁을 활성화시켜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어야 합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몇몇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가계통신비 절감을 내세우며 이 같은 말을 내던졌다. 당시 과기정위에 참석한 의원 대부분은 정통부를 상대로 국민들이 통신비 인하 효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정보통신부는 이후 이동통신 재판매 의무화, 요금 인가제 조기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금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17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4월 총선을 거쳐 18대 국회가 구성되면 다시 법안을 발의해야 하고 새로 구성되는 과기정위를 거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안은 이르면 올 연말, 늦으면 해를 넘어 처리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업체들의 몫이다. 실제로 그동안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을 추진해온 사업자들은 이번 법안처리 연기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700여개의 별정통신사를 통합한 공동법인을 통해 파격적인 요금제로 이동통신업체와 진검 승부를 펼쳐보겠다던 중소통신사업자연합회의 시장 진출도 미뤄지게 됐다. 기간통신사업자만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요금 인가제 폐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는 당분간 요금을 책정할 때 정부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요금 경쟁에 대한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17대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과기정위 의원들은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민생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대선을 지나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 역시 또 어떤 후보자가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세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과 그에 대한 실천의지를 가진 공약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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