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공기업 민영화 안하나 못하나

공기업 비능률 국민부담 민영화 통해 효율 높여야<br>복지재원 위해서라도 공공부분 구조개혁 절실


공기업은 그동안 민간자금으로 담당하기 어려운 사회간접자본 형성과 대규모 기간산업 등에 투자해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공기업 부문의 비효율성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 설립된 공기업이 점차 시장실패보다 더 큰 '정부실패'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사기업과 경합을 벌이면서 이미 존재의의를 상실한 공기업도 있다.

공기업은 이윤동기가 부족하고 관료주의적 경영형태로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이 떨어진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경영혁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기업은 무경쟁 집단이라는 데에는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재벌은 공기업보다 훨씬 능률적이다. 공기업 경영은 대부분 정부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해서 방만하고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공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기업의 비능률은 직접 국민 부담이 된다. 공기업 민영화 요구가 대두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민영화를 통해서 기업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합리화를 촉진해서 경제 능률을 높여야 한다. 그럴 경우 우선 재정 부문의 비능률과 방만한 지출이 줄어들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금융ㆍ기업ㆍ노사ㆍ공공 부문의 4대 개혁을 추진해왔다.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 우리 경제의 비능률에 있으므로 구조개혁 차원에서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이 인식됐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재원조달 방안으로서 공기업의 민영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민영화 실적은 미흡했다. 근래에는 민영화가 오히려 후퇴하는 추세다. 더욱이 참여정부 이후 작은 정부를 추구하기보다 정부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 민영화를 지연시켰다. 금융개혁과 공공 부문의 구조조정은 후퇴하고 우리ㆍ기업ㆍ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는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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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벌써 논의된 지 십여년이 넘었고 민영화의 법정시한도 지났건만 부지하세월이다. 외환위기 때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정권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안 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금융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은행을 외국자본이나 재벌 등 민간에게 내주는 것보다 정부가 소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는 언필칭 민영화의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관치금융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단지 금융기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 전반에 해당된다. 인사철마다 정부에서 내려보내는 수많은 낙하산 인사를 보면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는 아직까지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복지ㆍ교육ㆍ의료ㆍ통일비용 등 정부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세금과 국가부채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지출과 비능률을 줄이기 위해 요구될 뿐 아니라 복지재원 조달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미흡했던 공공 부문 개혁이 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확대를 통해서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도 해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공공 부문의 구조개혁 및 민영화는 금기로 여긴다. 지난번 대선 때에도 공공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생활수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후보는 없었다. 재원조달 방안 없는 복지확대 공약에만 몰두했다. 여당은 야당이 공기업 민영화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어렵다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를 저지하는 데에는 정치권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 같다. 어느 중견 국회의원에게 공기업 민영화는 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민영화의 '민'자도 꺼내지 말라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그 많은 복지공약은 무슨 재원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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