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과거 시대에 머물렀던 여러 가지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기업 상호출자금지제도와 기업 인수합병(M&A) 규제완화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염곡동 한국소비자원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세계와 경쟁하는 가운데 어느 나라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싸울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상호출자금지제도와 관련해 “공정위가 출총제를 폐지하고 시장공시제도를 쓴다고 하면서도 기업의 상호출자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데 적극적인 사고로 풀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모순이 생기면 대책을 세우더라도 너무 소극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공정위가 기업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금지 기업집단 기준을 자산기준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보고한 데 따른 것으로서 상호출자금지 규정을 사실상 폐지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기업 M&A 규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기업결합은 기업규모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직접 소비재가 아니면, 가령 반도체 기업의 기업결합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 까다롭게 할 필요가 없다”며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400~500%가 됐을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100% 이하로 세계에서 이런 재무구조를 가진 데가 없다”며 “그럼에도 (기업은)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 투자 활성화는 되지 못하고 또 기업지배권 보호라든지 모순된 상황에서 과거의 규제를 지금도 하고 있다”고 규제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규제완화) 개혁입법은 새 국회가 구성되면 바로 제출해야 한다”며 “연말 본회의 때는 법 검토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결정사항은 과감하게 여론에 제시하고 새 정부 첫해에 바꿔야지 그러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4ㆍ9총선 이후 18대 국회가 구성되는 오는 6월 규제개혁촉진법(가칭) 등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일부에서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대기업 프렌들리로 오해한 점이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 프렌들리라는 비판이 두려워 정책을 소극적으로 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대기업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M&A 심사 때 해외 경쟁요소를 적극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내용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현대산업개발 등 21개 그룹이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 공정위는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요건 폐지 등 지주회사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밝혀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