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저 앞지르는 엔저·동남아 통화폭락에 주력수출업종 경쟁력‘흔들’

◎자동차, 지역별 마케팅강화로 맞대응/조선·기계, 비용절감·생산성향상 박차/섬유류, 후발개도국과도 힘겨운 싸움최근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백10원대를 돌파하는 등 크게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일본의 엔화마저 원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져 우리 수출상품 경쟁력이 크게 약화,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업종은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기계 등 주력 수출업계. 이들은 『「원저」를 앞지르는 「엔저」, 태국 등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 주요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업체들과 동남아 국가들이 엔화와 자국통화 약세를 활용해 제품 수출가격 및 수주가를 대폭 낮추거나 대대적인 판매지원에 나서 우리의 최대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각 업체들은 이들의 가격 인하공세에 대한 맞대응을 검토하는가 하면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특별한 묘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환율불안으로 주력수출업종이 당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 및 대책을 알아본다. ◇자동차=수출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세계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미국, 유럽, 중남미 등 대형시장에서 일부모델의 가격을 내리고 현지 금융지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동남아지역에서는 현지통화 폭락으로 수입가격이 늘어나자 수입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업계는 각 지역 마다 융통성있는 가격을 책정하고 그 지역에 맞는 광고 및 판매비지원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조선=최근 엔화약세 폭이 원저보다 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세계조선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일본이 우리업체들이 달러베이스로 수주하고 있는 반면 엔화를 기본통화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원화가치 하락기조가 계속 유지될 전망이어서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지만 1엔당 7.5원 이상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일본업체들과 경쟁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는 중국, 베트남 등에 블록 및 기자재공장을 건설, 건조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생산성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일본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엔저가속화로 일본업체들이 한국산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촉공세를 하면서 가격경쟁력의 이점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일본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 업계는 ▲해외생산 확대 ▲판촉활동을 통한 브랜드이미지 제고 ▲고가 고급형 제품의 수출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그동안 일본에서 달러화로 구입하던 물품을 엔화로 바꾸고 기존의 달러베이스 채무를 마르크 등으로 전환하는 등 환차손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계=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기계류 수출이 엔저영향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업체들이 가격을 대폭 낮춰 판매하고 있어 일본제품과의 가격격차가 5%정도로 좁혀졌다. 수출도 문제지만 업계가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제품의 수입증가. 엔저에 힘입어 일본산 공작기계 등 첨단 자동화기기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판매를 더욱 위축,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따라 일본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저가형 기종 개발 ▲일반관리비 절감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섬유=동남아 후발개도국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지금까지 우리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던 원화절하 행진이 섬유수출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력제품인 화섬직물의 경우 동남아 국가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조 스웨이드 등 고부가제품도 엔화약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고부가제품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큰 약효는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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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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