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인 참수] 피살이 남긴 4대과제

가나무역 김선일(33)씨 피살사건은 이라크 지역의 치안부재 속에서 지구촌시대 한국 외교와 해외진출 기업 등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일대 사건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이 이라크 3대 파병국으로서 경제성장에 따라 국제사회의 관심대상으로 부각되면서 우리 국민이 언제든지 또 다른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외교적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공관 교민관리 허점투성이= 정부는 올해 4월 이라크 지역을 '특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민들의 방문을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만약의 사건에 대비해 왔다. 국내적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지 공관에서는 미군에 납품을 하는 업체직원인 김선일씨의 실종을 업체 사장이 신고하기 전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것은 현지 공관의 태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현지에서 전화와 e-메일을 통해 교민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일일동향을 체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교민이 67명에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우리 국민이 언제든지 이라크 테러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지의 교민 관리는 너무 무성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김씨의 실종시점이 지난 17일이 아니라 5월30일이라면 교민 실종 3주일이 넘도록 교민의 안전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현지 공관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 안전은 뒷전= 이라크의 정황이 매우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주권이양을 앞두고 6∼7월 매우 위험스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큼에도 일부 기업들은 위험에 비례하는 경제적 실익을 챙기고자 이라크 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 피살된 김선일씨가 일해온 가나무역 또한 미군에 대한 군납대행업체로 이라크 혼란 속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실익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위험이 큰 만큼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도 크겠지만 고용된 직원들의 안전을 감안하는 자세가 아쉽다"며 "오무전기 사건을 보고도 현장에서 돈을 벌려고 활동하는 기업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은 사건 발생 후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사실을 숨기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테러단체와 협상을 해왔다. 게다가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도 납치시점을 처음엔 6월17일이라고 했다가, 두 번째는6월15일, 세 번째는 5월30일이라고 진술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이라크처럼 불안한 지역에서 사업을 하며 직원들을 보험에 들지 않았던 김사장의 사업행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상창구 혼선=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외교적 채널을 총가동해 테러단체와 접촉선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종교단체와 민간단체는 각기 자신들이 보유한 아랍권 채널을 가동해 김씨를 억류하고 있는 테러단체와 교섭에 나섰다. 또 김씨의 생사 여부가 국민적 관심이던 22일 오후에는 '김선일씨 생존설' 등협상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가 접촉한 채널이 정말로 김씨 억류 단체였는지 하는 사실관계는 차치하고라도 국민의 생명이 달린 사안을 정부에 보고나 상의조차 하지 않은 채 '한건주의'식으로 터트리는 것은 문제라는 질책이 뒤따르고 있다. 정부 역시 민간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이를 정부의 외교적 노력 속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된다. ▲한미 정보교류 허점= 이라크는 이라크 행정부가 있지만 사실상 미군의 점령통치 속에 있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감안하면 사건 발생 이후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일단 파악되고 있다. 한미간 정보교류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씨가 지난달 30일 실종됐고 미군이 군납업체 직원인 김씨의 행방불명에 대해 그토록 무관심했다면 미군이 주둔 이유로 내세우는 이라크 내 치안 및 질서유지는 허울뿐인 구호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군은 김씨가 이라크 팔루자 인근 무장테러단체에 억류 중이던 지난 19일 팔루자 교외 주거지역을 공대지 미사일 등을 동원해 공습, 이라크 민간인 20명 가량 사망하고 가옥 여러 채가 파괴됐다. 억류 단체 입장으로선 보복을 위해서라도 김씨를 살려둘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한미동맹이 실제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미측의 구체적인 배려가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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