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48> 창조의 근원은 ‘감정’ 그리고 ‘결핍’

다른 나를 꿈꾸며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감정과 결핍입니다.

습관처럼,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 놓으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사람들. ‘누구나 똑같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꿈을 좇는 이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도 물론 꿈을 꾸고 꿈을 그리며 살 때가 있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여러 번 좌절하고 넘어지면서 서서히 그 열망이 사그라든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렇게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열망’이 고개를 드는 사건이 종종 생깁니다.


나름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청년 시절 함께 꿈을 그리던 친구가 뒤늦게 벤처 대박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얼마 전에 아이디어로 간직했던 그 아이템을 시장에서 마주했을 때 우리는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는 그런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바로 그 ‘열망’ 그리고 이를 다시금 불타오르게 하는 감정은 창조의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하던 일상에 감정이 더해지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대다수는 변화를 거부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상황을 경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택합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뜨거운 감정에 본인을 내맡기기로 선택합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다던 바로 그 열정을 기반으로 자신만만하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열정은 감정입니다.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될 수 있는 일이었던 만큼 쉬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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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하락하는 정도는 본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이뤄 놓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치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손해를 볼 위험을 두려워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전 권유에 대해서도 냉담합니다. “그렇게 했다가 본전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해?” 그 실체가 어떤가와 관계없이 자신의 ‘명성’에 누가 갈만한 행동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 사실상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태도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창피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죠. 반면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문제를 다각도로 해체해서 분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자신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당장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진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심리학자들은 창의성이 개방성, 실험성, 유희성과 같은 긍정적 가치가 보장되는 환경보다는 엄연한 한계, 자원의 부족, 시간 압박과 같은 요소들이 동반될 때 나타나기 쉽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내재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죠.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뉴스에서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쓴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힘든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끈기와 열정으로 상황을 반전시킨 주인공들은 모두의 박수와 진심 어린 축하를 받습니다. 이들의 원동력은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 또는 세상에 대한 분노였을 수도 있고 가슴에 품은 꿈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감정은 그 성격보다 강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끓어오른 감정을 기회로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년에는 달라지고 싶다’ 마음 먹었다면 지금 손에 꼭 쥐고 있는 무언가를 놓을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실 지키려 애쓰고 있는 게 자세히 살펴보면 대단한 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죠. 변화의 씨앗인 ‘감정’은 ‘결핍’에서 잘 자라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쥐고 있는 손부터 펴보세요. 생각보다 가진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변화의 첫걸음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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