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도를 넘어선 유료방송 선정성

이상훈기자 (문화레저부) flat@sed.co.kr

방송위원회는 최근 남녀의 진한 정사신 등 선정적 내용을 방영한 OCNㆍ홈CGV 등 일부 유료방송채널(PP)에 대해 방송중지 등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방송위가 지적한 이들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청소년들을 자녀로 둔 시청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다. 탈옥수에게 겁탈을 당한 가정주부가 그의 매력에 빠지고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한 한 남성이 그 충격으로 방탕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내용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됐다. 성인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단순한 미끼로 보기에는 선정성이 너무 ‘업그레이드(?)’됐다. 징계를 받은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에게 송구스럽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 그들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올들어 선정성과 관련한 방송위의 케이블TV 심의제재 조치는 이미 300건을 넘어섰지만 유료방송채널에 나오는 프로그램들의 선정적 장면들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료방송의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상파방송과는 달리 말 그대로 ‘유료방송’이기 때문에 보기 싫은 시청자는 상품을 안 사면 그만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원론적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국내 유료방송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1,400만가구 이상이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동망을 통해 거의 공짜로 이들 채널들이 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채널 접근성에 있어 이미 유료방송은 지상파방송과 차이가 없어졌다. 유료방송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보편적인 시청자를 상대해야 할 때이다. 온 가족이 한 데 모여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택해야 한다. 버튼 하나로 집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TV의 매체 접근도는 영화나 비디오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국내 유료방송 역사도 10년을 맞이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덩칫값을 해야 할 때다. 선정성만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다 자칫 영원히 외면받는 ‘2류 매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방송사들은 이제라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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