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썬더볼트 '통합 인터페이스 최강자'로

최고 전송속도… 데이터·음성·영상 지원… 별도 허브 없이 디바이스 연결…<br>애플, 인텔과 손잡고 내놓은 창조물<br>세계적 저장장치 업체 등 잇단 도입<br>"직렬버스 시장에 초대형 쓰나미 예고"

전문가들은 현존 최고 전송속도와 데이터·음성·영상 지원, 데이지 체인 기능 등을 앞세운 썬더볼트의 도입 열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썬더볼트는 '데이지 체인(daisy chain)' 기능을 통해 별도의 허브 없이 각 디바이스를 거미줄처럼 연속 연결할 수 있다.

언제나 애플은 '윈텔(윈도와 인텔)'로 대변되는 기존 PC 업계와 차별화된 길을 걸어왔다. 독자적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는 물론 IEEE1394(파이어와이어) 등의 인터페이스에 이르기까지 '최씨'를 능가하는 고집으로 마이웨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애플이 그간의 고집을 꺾고 인텔과의 기술합작을 통해 '썬더볼트(Thunderbolt)'라는 혁신적 창조물을 내놓으며 USB가 장악 중인 직렬버스시장에 초대형 쓰나미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직렬버스 선구자=현재 USB가 장악하고 있는 직렬버스 인터페이스의 선구자는 사실 애플이다. 지난 1995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과 연합해 발표한 IEEE1394는 최대 400Mb㎰라는 당시로서는 황당한(?) 수준의 속도를 표방하며 당대 최강의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했다. USB의 경우 1996년 발표된 1.1 버전조차 고작 12Mb㎰의 거북이 속도를 벗어나지 못했고 2000년 2.0 버전에 이르러서야 480Mb㎰에 도달했다. 그나마도 디바이스 간에 직접 데이터를 전달하는 파이어와이어와 달리 USB는 중간에서 데이터를 제어하는 호스트의 존재 때문에 속도 저하가 심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파이어와이어는 USB를 단박에 녹다운 시키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전혀 달랐다. USB는 승승장구하며 점유율을 키워갔지만 파이어와이어는 개발에 참여했던 몇몇 업체들만의 잔치에 머문 것이다. ◇팔리지 않는 최고=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애플 특유의 폐쇄적 판매방침에서 찾는다. 단적인 예로 애플은 자사 컴퓨터를 오직 자사에서만 생산한다. IBM이 자사 플랫폼을 개방, 전세계 모든 업체들이 퍼스널 컴퓨터라는 고유명사를 마음껏 사용하도록 해 다양한 호환제품 개발을 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방침이 파이어와이어에도 고스란히 적용돼 이를 사용하려는 기업들에 값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면서 디바이스 제조기업들의 외면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최고지만 팔리지 않는 최고가 된 셈이다. 이 경험 때문인지 애플은 2006년 놀라운 변화를 꾀했다. 1994년부터 고집스레 사용했던 '마이 PC'라는 CPU를 버리고 인텔 CPU를 채용한 맥북과 아이맥을 출시한 것. 또한 해당제품에서 OSX라는 운영체제 대신 윈도와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트캠프 프로그램까지 제공했다. 주지하다시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든 케이블은 썬더볼트로=그리고 마침내 애플은 단순한 칩 구매를 넘어 인텔과 기술적 합작을 맺기에 이른다. 이렇게 컴퓨팅 업계의 양대 거목이 손잡으며 잉태된 결과물이 바로 썬더볼트다. 썬더볼트는 과연 얼마나 놀라운 인터페이스일까. 일단 속도에서 USB 대비 월등한 우위를 점한다. 최대 전송속도가 10Gb㎰로 USB 최신 버전인 USB 3.0의 2배에 이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혁명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모자란다. 썬더볼트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데이터 전달에 국한된 USB와 달리 영상과 음성도 전송할 수 있어 HDMI∙eSATA∙DVI∙VGA까지 모두 썬더볼트로 연결된다. 컴퓨터에 별도의 영상포트∙음성포트를 채용하지 않아도 썬더볼트만으로 TV∙모니터∙스피커 등과 연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하기는 해도 이처럼 단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거의 모든 주변기기와 디바이스를 연결한다는 것은 그 발상부터 혁명이 아닐 수 없다. ◇통합 인터페이스의 꿈 실현=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무기는 데이터용 PCI 익스프레스와 영상 및 음성용 디스플레이 포트를 동시 지원해주는 막강 프로토콜이다. 더군다나 썬더볼트는 '데이지 체인(daisy chain)' 기능을 이용, 별도의 허브 없이 각 디바이스를 거미줄처럼 연속 연결할 수도 있다. 컴퓨터와 TV를 연결하고 TV와 외부저장장치를 연결하면 컴퓨터로 외부저장장치에 접속 가능한 것이다. IEEE1394 포럼 회장을 지낸 경원대 정보통신연구실의 전호인 교수는 "썬더볼트는 세계 최고 전송속도와 데이터∙음성∙영상 지원, 데이지 체인 기능 등 IEEE1394 진영이 꿈꿔왔던 기기 간 통합인터페이스의 꿈을 이룰 강력한 인터페이스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또 "애플에 더해 세계적 저장장치 업체와 카메라 기업들의 참여가 결정되면서 썬더볼트의 빠른 확산이 예견된다"며 "우리나라도 시장 선점을 위해 조속한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껏 직렬버스 인터페이스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속도 증진이 아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기술은 없었다. 현 시점에서 USB와 벌일 승부의 결과는 단언할 수 없지만 썬더볼트가 제시한 케이블 통합 개념은 모든 차세대 인터페이스에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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