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태국 사태 새 고비

야당 의원 총사퇴 결정에 잉락 총리 국민투표 제안<br>시위대 9일 최후 결전 촉구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태국 반정부 소요사태가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반정부 시위세력을 이끄는 수텝 터억수반 전 태국 부총리는 9일 '최후의 결전'을 벌일 것을 촉구하며 또 다른 유혈충돌 우려를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잉락 친나왓(사진) 총리는 자신의 사퇴와 동시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잉락 총리는 7일(현지시간)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모든 정당이 조기총선에 동의할 경우 (스스로) 사퇴하고 의회를 해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들이 진지하게 대화하면 현재의 위기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탁신 일가를 위해 권력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텝 전 부총리가 조기총선에 반대하고 있어 정정불안은 한동안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잉락 총리는 덧붙였다.


야당인 민주당 출신의 수텝 전 부총리는 지난 6일 "9일 오전에 100만명이 거리로 나와 총리 청사를 향해 행진하는 최후의 결전을 치르자"고 외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확히 오전9시39분에 반정부 시위를 시작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태국어로 9는 '까오'로 발음되며 이는 '까오나(전진하다)'와 유사하다. 이미 쭐라롱껀·탐마삿 등 방콕 시내 주요 4개 대학의 반정부 성향 학생·교수들이 시위 동참 의사를 밝히 가운데 수텝 전 부총리는 "100만명이 나서면 정권이 바뀔 수 있다"면서 참여자가 적을 경우 더 이상 시위를 주동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수텝 전 부총리의 '최후의 결전' 발언은 지난달 24일과 이달 1일에도 나왔으며 이에 호응해 10만여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대규모 시위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잉락 총리는 자신의 퇴진까지 거론하며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지만 반정부 세력이 조기총선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집권 푸어타이당은 농민으로부터 비싼 값에 쌀을 사주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워 도시·농촌 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군부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때문에 수텝 전 부총리는 잉락 총리의 퇴진 후 선거를 통하지 않은 '국민회의' 구성과 국왕의 직접 총리 임명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전만큼의 기세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전에도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던 수텝 전 부총리에 대해 반정부 세력의 신뢰가 줄면서 이미 시위대 상당수가 떨어져나갔다고 지적했다. 빠라돈 빠따나타붓 태국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 역시 "시위대 규모는 국왕 생일을 전후로 대폭 줄었고 9일에도 대규모 인원이 참석할 것 같지는 않다"고 7일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대규모 시위와 정정불안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태국 학계·언론계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권력투쟁이나 정권다툼의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8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태국은 지속적으로 군부 쿠데타와 반정부 시위가 반복되며 여러 차례 정국혼란을 겪었지만 실제 체제 진보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거나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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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반 가까이 계속되며 사망자 5명과 부상 289명을 낸 태국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을 맞아 일시 소강국면을 맞은 상태다.

민주당과 보수세력은 태국 정부가 부패를 저지르고 해외도피 중인 잉락 총리의 오빠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추진하자 시위를 일으켰다. 수텝 전 부총리는 반정부 세력을 이끌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으며 법원은 그에 대해 반역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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