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학주 기계硏 책임연구원

10나노미터급 나노 측정 원천기술 개발<br>띠굽힘 시험법 등 2건 "간편하면서도 측정 일관성"<br>IEC, 국제 표준으로 채택<br>대면적 그래핀 마찰특성 규명… 고체윤활유로 사용 가능성도 제시

이학주(왼쪽 두번째)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기계연 나노역학연구실에서 연구원들과 연구 내용을 논의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물체의 크기가 나노미터(nmㆍ10억분의1m) 수준으로 작아지면 인장강도(tensile strengthㆍ당기는 힘에 의해 시료편이 끊어질 때까지의 최대 응력) 등 여러 가지 특성이 변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한 돈의 인장강도가 100이면 수십 나노미터 크기에서는 800~900 정도로 세진다. 인장강도 등 물질의 특성(물성)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어떻게 활용할지 알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소자 등 마이크로-나노 구조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최근 들어 물성 측정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학주(53)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나노미터급 나노 측정 원천기술을 개발해 2건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나노 측정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관련 분야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반도 구축했다. ◇나노 측정 분야 국제표준 주도=이 책임연구원이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만든 나노 측정 원천기술은 띠굽힘시험법과 미소(微小) 기둥 압축시험법이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띠굽힘시험법은 양쪽에 금속 등 나노시험대를 놓고 그 사이에 길이가 길고 두께가 얇은 띠(마이크로-나노 구조물)를 걸친 뒤 띠의 한가운데를 누르는 힘에 따라 휘어지는 정도(변형률)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줄타기를 연상하면 쉽다. 미소 기둥 압축시험법은 직경이 얇은 기둥(역시 마이크로-나노 구조물이다)을 위쪽에서 눌러 어느 정도의 강도에 견디느냐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올 2월과 7월에 이들 측정법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들 방법은 간편하기도 하지만 측정의 일관성이 있고 재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제표준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측정의 자동화는 물론 관련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 측정 기술은 나노 소재의 물성을 정확하게 측정해 파손 원인을 규명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국제표준 채택에 만족하지 않고 나노물성 측정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양한 나노 소재의 물성에 대해 다량의 DB를 구축하게 되면 나노 소자를 개발하고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노 측정-연계 기술을 활용해 구부리기 싶고 효율이 높으며 성능이 향상된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입는 컴퓨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은 나노 크기의 구조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호작용을 이용해 패턴을 형성하는 임프린트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기존 공정들은 온도 등에 따른 여러 제약 때문에 고성능 소자를 만드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면서 "나노 측정-연계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나노 구조물을 얇게 벗겨서 고분자 위에 올리는 방법을 개발하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소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기술 상업화에도 성공=이 책임연구원은 나노 측정 원천기술 개발 외에도 대면적 그래핀의 마찰 특성을 규명해 그래핀을 기존의 그라파이트를 대체해 고체윤활유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고체와 고체 사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자동차 엔진오일이 유체윤활유라면 고체윤활유로는 그라파이트(graphiteㆍ흑연)가 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그라파이트는 크기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우는 그래핀(graphene)이다. 탄소결합물은 그래핀은 크기는 작지만 강도가 세고 신축성이 뛰어나며 전기전도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화학기상증착법(CVDㆍ박막제조기술의 하나로 기체상태의 화합물을 가열된 모재료 표면에서 반응시켜 생성물을 증착시키는 방법)으로 만든 10나노미터 두께의 그래핀의 고체윤활막이 그라파이트와 유사한 수준의 마찰 저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공학적으로 응용 가능한 면적인 대면적 그래핀을 고체윤활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였다.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ACS 나노'에 게재됐고 나노과학 및 기술 분야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나노월크(Nanowerk)'에 스포트라이트 기사로 게재됐다. 이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기술들은 기업들에 이전돼 상업화에도 성공했다. 이전된 기술 중 2건의 사업화로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총 4억7,4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는 "정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동료ㆍ후배 연구원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면서 "연구성과를 나노 제품 관련 국내 연구자와 기업들에게 제공해 관련 연구와 제품 경쟁력 제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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