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한달간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된 16개 일본제품의 수입동향을 조사한 결과 총 2,143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0%나 늘어난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전기밥솥이 369.2%로 가장 높고 다음이 자동카메라(35MM·199.1%), VTR (57.1%), 컬러TV(56.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된 캠코더와 SLR카메라(렌즈분리가 가능한 고급카메라)의 경우 지난해보다 20~50배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국산품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걱정이 안될리가 없다.수입선다변화 제도는 지난 78년 정부가 심각한 무역역조를 겪고 있는 특정국가(일본)로부터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철폐 요청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정부는 이를 굳건히 지켜왔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이번에 완전 빗장을 풀게 됐지만 수입추이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내업체들에는 IMF에 버금가는 또 한차례의 충격이다.
대일 무역적자 심화도 걱정이지만 국내업체들로서는 당장 세계적인 일본제품과 생존을 거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판국이다. 글로벌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국산품 애용을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기술과 애프터서비스(AS)로 경쟁하는 수 밖에 활로가 없다. 일본도 국내시장 확보를 위해 소나기식이나 덤핑수출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의 일본인에 대한 정서는 아직도 풀어져 있질 않다. 일본은 예전 해외시장에 진출당시 즐겨 썼던 시장지배적인 수법을 한국에도 그대로 원용(援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두나라 사이의 불행했던 과거를 감안, 동반자 관계로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
일본은 지금껏 한일정상회담이나 각종 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기술이전이나 자금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기술지원에 관한한 실천된 것이 별로 없다.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할 시점이다. 기술지원을 통해 개방된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때다. 반일(反日)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