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4일] 의료법 개정안을 보며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6월10일 홈페이지에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예고’를 공지, 오는 9월 18대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개정 이유는 ‘국정 과제인 의료서비스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입법적 기반을 구축하고 의료소비자의 권익 및 의료인의 자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함’이었으나 지금까지 각종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번 국회에도 타결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입법예고된 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처방전 대리수령 근거 마련, 환자에 대한 유인ㆍ알선행위의 부분적 허용, 의학ㆍ한의학 진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개선, 건강보험 비급여 비용에 대한 고지의무,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규정, 의료법인 간 합병절차 신설 등 대부분의 주요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각종 시민단체들도 의료 민영화와 영리화를 우려,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처럼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하겠지만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 의견을 따라야 좋을지 판단이 안서는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단체의 대립적 삼각관계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그런 와중에 6월19일 광우병 촛불집회와 같이 등장한 시민단체들의 의료법 개정안 반대 시위는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 증폭과 함께 의료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있다.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의료진들에게는 심히 우려가 되는 시국이다. 필자는 의료법 개정안이 촛불집회에까지 등장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며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을 몇 가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다. 현재 한국 의료서비스 수준은 미국 대비 76%, 일본 85%이며 가격은 미국의 3분의1 정도다.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고 서비스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형수술ㆍ라식ㆍ불임시술 등 많은 분야는 최고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둘째, 의료개방의 필요성과 높아지는 국내외 개방 압력이다. 의료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GATS’라고 불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의 법에 의거하고 있으므로 회윈국인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의무가 있다. 물론 일방적인 법이 아니라 회원국 상호간의 약속 형태이지만 국제적으로도 의료서비스 시장은 개방되는 추세로 준비만 잘 하면 우리나라에도 큰 득이 될 수 있기에 정부가 나서 시장개방 준비를 하고 있다. 셋째, 한국 의료의 발전사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나름대로 의료법상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현재 의료서비스의 수준이나 사회보장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자랑할 만큼 꾸준한 발전을 이뤘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불합리한 측면이 많더라도 전체적인 국민적 열의로 교육 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의료도 법적 제도가 이끌어준 발전이 아니라 의료계의 노력과 국민적 의식 수준이 합해져서 나온 결과다. 필자는 우리나라 의료계가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현 시점에서 의료체계의 급격한 법적 개혁보다는 의료계 및 시민단체가 원하는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세계경제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요즈음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인 만큼 이제는 정부와 의료계ㆍ시민단체가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대화하고 결국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바람직한 의료법 개정안이 확정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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