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 상업 은행들은 자기자본 투자(PI)와 사모펀드 소유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은행들은 이사진이 승인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을 통해 고위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5개 규제 기관은 10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볼커룰’ 최종안을 승인하고 오는 2015년 7월 21일부터 발효키로 했다.
연준과 FDIC은 이날 표결에서 만장일치로 승인 결정을 내렸으나 SEC에서는 공화당원인 위원 2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연준 의장 폴 볼커의 이름을 딴 볼커룰은 지난 2010년 발효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안’의 하위 규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사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볼커룰 최종안은 우선 은행의 자기자본거래를 대부분 금지했다. 자기자본거래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예금이나 신탁자산이 아닌 자기자본, 차입금 등을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평소에는 은행의 고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또다른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규제를 추진해 왔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가 급등락으로 선의의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시장조성’(market-making)을 위한 자기자본거래는 허용된다.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들은 오는 2015년 7월까지 이 규정을 완전히 준수해야 하며 나머지 은행들도 2016년부터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JP모건체이스, 씨티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내년부터 이사진, 경영진이 승인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을 만들어 규정 이행 상황을 규제 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서면으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규정의 중요한 목적은 예금기관들의 과도한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은행들은 지나친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이 위축될 수 있는데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은행의 통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자기자본거래를 구별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우리 금융시스템은 더 안전해졌고, 미국 국민은 더 안심할 수 있게 됐다”면서 “규제당국이 효과적으로 이 규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의회가 적절한 예산을 편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볼커룰은 은행이 만드는 위험에서 납세자들을 보호하는 식으로 금융시장의 관행을 바꿔놓을 것”이라면서 “최종 승인은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