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개발용지 확보' 정면돌파 의지

■ '절대농지' 규제 60년만에 푼다<br>토지효율성 극대화 통해 땅값 안정도 노려<br>새만금 농지:기타용지 3대7로 변경 검토<br>농림부 "임의사용 못해 기존 농지 안줄어"

정학수 농림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4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농림부의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인수위원들에게 자기 소개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4일 농림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농업진흥지역 대체지정제도 폐지’ 추진을 밝힌 것은 토지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개발가능용지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농지의 활용은 지속적으로 검토돼온 사안이지만 “식량의 자급자족과 식량안보를 위해 농지를 파헤쳐 개발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정서에 막혀 농지법 개정까지는 가지 못하고 항상 논의 수준에만 그쳤다. 새 정부가 이처럼 ‘농지의 생산적 활용’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를 통해 부족한 개발가능용지를 추가 확보하는 것은 물론 땅값 안정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 2001년 수준으로 식량자급률(50%)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면 기존 농지의 20%가 과잉 농지인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농지가 남아도는 상황임에도 농지 전용 자체가 금기시돼왔다”며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인수위의 방침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농지의 10%만 대지로 바꿔도 아파트ㆍ공장 등을 지을 수 있는 가용토지 면적이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재계와 주택건설업계는 농지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공장을 짓거나 택지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꾸준히 제도 완화를 요구해왔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대의 경우 절대농지 중 상당수가 실제 수익성 때문에 농사도 짓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들 땅만 주택건설용지로 활용하면 토지 값도 낮아져 결과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간척지의 농지 대 기타용지 비율을 기존 7대3에서 3대7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농업진흥지역 대체지정제도 폐지 방안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간 전라북도는 새만금 간척지의 농지 비중이 너무 높아 외자를 유치하거나 복합산업용도로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에 대한 완화를 주장해왔다. 결국 두 방안 모두 농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및 대지확보를 위해 기존 농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환경 및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농업지역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할 경우 지역별 난개발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환경 파괴, 농산물 생산 감소에 따른 식량안보 위협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처장은 “농업진흥지역이라는 농지를 보호하는 강력한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지는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농지 보호의 마지막 명분마저 무너지면 농업 기반 파괴와 전국 난개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만금 간척지의 경우도 해발보다 낮아 농지가 아닌 산업용지로 쓰려면 성토작업이나 바닷모래 채취 등 엄청난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환경 파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농업진흥지역 대체지정제도는 기존 진흥지역에 비해 열악한 농지를 진흥지역으로 새로 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다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대체지정제도가 폐지되더라도 개발자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한 것은 아니므로 기존 농지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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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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