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통령, 진정 규제개혁 하고싶다면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는 규제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국내외에서 경제를 잘 모르는 국민들까지 이제는 "왜 규제개혁이 힘든가" 대강 감을 잡으실 정도로, 참가한 장관들의 무능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란 게 그렇게 대통령 혼자서 "합시다"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아시게 될 좋은 기회였다.

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위해 규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을 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마다 취임초기엔 "규제개혁 하겠다"했지만 결국 관료들의 조직적 저항에 항복하게 된 전철에서 보듯 실천은 무척 어렵다.


관료들의 힘은 규제에서 나와 없애라고 한다고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이란 건 5년 참고 복지부동하다 보면 다시 바뀐다. 장관이란 자리는 경제를 잘 모르는 대통령이 선거 때 신세진 이들, 연줄로 알아서 개인적으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이들을 찾다 보니 정말로 유능하고 결단력 있는 이들을 그 자리에 임명하기가 어렵다. 실력도 의심스럽고 현실 파악도 잘 못하는 이들이 장관이라고 떡 내려오니 평생을 그 동네에서 지낸 공무원들이 말을 잘 듣겠는가. "1∼2년만 참자" 하고 기다리면 무슨 사건이 터져 잘하면 몇 달 만에 장관이 바뀐다.

규제가 많고 정부가 커지면 왜 경제는 크지 못할까?


경제효율의 문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생산성 향상의 역사를 보면 가장 효율적인 곳이 산업의 리더가 된 기업들이고 가장 비효율적인 곳들이 정부기관들이다. 정부주도의 경제에서는 불황 타개를 위한 예산집행에서도 얼마나 낭비와 부정부패로 얼룩지는가 보여주는 예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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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커지는 곳에서는 항상 예외 없이 경제는 죽는다. 정부는 비능률·부패·안이함·부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능률적인 정부의 프로그램은 정치적 의도로 키우기는 쉬운데, 한번 키우고 나면 줄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한번 제정해놓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규제는 아무도 상관 안 하는 보이지 않는 공룡이 돼 대통령도 쉽게 없애기가 힘든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은 워낙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경제기반이 아니라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규제의 양이 많고 질이 나쁘다. 고용기회를 젊은이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들이 규제에 걸려서 막히고 잠재적 고용주들이 참고 참다가 항복하고 딴 나라로 가게 되는 기업탈출이 많은 것이다.

그러면 규제개혁은 전혀 불가능한가.

성공할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전면적으로 전쟁의 판을 바꿔서 규제개혁의 "시간"이 대통령편이 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통령이 계속 규제 없애라고 백번 얘기해봐야 공무원들은 듣지 않는다. 들어서 득될 게 없는데 왜 듣겠는가.

앞으로 2년 뒤까지 시간을 주라. 그리고 지금 당장 몇 달 시간을 들여 규제들의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없애면 큰일이 날 민생과 치안, 국민보건에 관한 아주 근본적인 최소량의 규제들만 한 그룹에 묶어두라. 그리고 2년 후에까지 그 규제가 필요하다는 증명을 공무원들이 청와대에 하게 하고 그 증명이 납득 안되는 모든 규제는 자동적으로 2년 후면 소멸되게 하라. 그러면 규제들이 저절로 없어진다.

앞으로 시간이 있다. 2년 후면 지금 집권세력에 임기후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챙기고 경제에 그 규제개혁의 결실을 볼 시간이 있다. 규제개혁?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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