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거 해제하고 나선 것은 부동산 침체로 땅값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투기 우려가 거의 없는 지역임에도 거래허가구역에 묶여 매매 및 이용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줄 것을 꾸준히 요청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4ㆍ1 부동산대책을 통해 대규모 완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가 안정세가 뚜렷한 지역은 대폭 해제하되 난개발 및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재지정했다"면서 "개발사업지라도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됐거나 보상이 완료된 곳은 투기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개발 사업지가 많은 수도권이 집중 혜택을 입게 됐다. 해제 면적이 가장 넓은 경기도의 경우 전체 379㎢ 중 238㎢가 해제됐고 서울에서도 158㎢ 중 118㎢가 거래제한에서 풀렸다.
경기도에서는 남양주(35㎢)와 파주(32㎢), 하남(32㎢), 시흥(27㎢), 화성(12㎢) 등에서 집중적으로 규제가 해소됐고 서울에서는 강서구(21㎢)와 노원구(20㎢) 은평구(13㎢) 등의 해제면적이 컸다.
경남의 경우 전체 지정면적 191㎢ 중 96.1%인 184㎢가 이번에 풀리면서 단 7㎢만 거래허가구역으로 남게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거 해제됐지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규제를 꾸준히 규제를 풀어 한때 1만8,000㎢에 달하던 허가구역이 지난해 이미 1,098㎢ 정도로 줄어든데다 경기침체로 기업이나 개인의 토지 수요도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땅값 평균 상승률은 0.96%에 그쳐 소비자물가상승률(2.2%)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의 땅값은 0.38% 오르는 데 그쳐 전국 '꼴찌'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개발사업이 지연된 인천과 서울의 일부 지역은 땅값이 최대 1%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자연히 거래도 위축됐다. 지난해 건축물과 부속토지 등을 포함한 전체 토지거래량은 204만필지, 18억2,000만㎡로 전년 대비 12.2%(필지 수 기준) 감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땅값 급등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 합동 투기단속 및 허가구역 재지정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행정기관 이전 등의 호재로 땅값이 5.98% 올라 전국 1위를 기록한 세종시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추가 지정되지 않았다. 하반기 중 추가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공식입장이지만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