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영용 교수의 생활속 경제] 기업가는 어떤 존재인가

불확실성을 이윤포착 기회로 만들어<br>시장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사회 번영의 원천<br>뛰어난 성찰력으로 車·철강·반도체산업 키워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그런 만큼 이들 기업을 설립한 기업가들도 많다. 맨손으로 시작해 우리나라 부(富)의 터전을 일구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구인회 전 LG그룹 회장,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등 걸출한 기업가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외에도 이들 2세 등을 비롯해 현재 역동적인 우리 산업계를 움직이는 많은 기업가들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활약했던 존 데이비슨 록펠러, 앤드루 카네기, 코넬리우스 밴더빌트 등도 미국의 부의 초석을 다졌다. 그렇다면 기업가란 과연 어떤 존재들인가. 어떤 사람들이 기업을 일으키는가. 기업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인간의 지식이 그 외연을 확장해가더라도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가 계획할 것도 없고 결정해야 할 것도 없다. 세상은 정해진 확실한 경로를 따라 돌아갈 것이다. 인간 세상사가 불확실하다는 바로 그 사실로부터 기업가가 탄생한다. 즉 불확실한 상황에 당면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기업가다. 그런 점에서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기업가다. 그러나 기업가 하면 보통 불확실한 상업세계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를 지칭한다. 기업가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윤 기회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는 사람을 말한다. 상업세계가 불확실한 만큼 기업가적 행동은 언제나 투기적 모험이다. 투기적 모험이란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지에 대한 서로 다른 예상 중 선택을 필요로 한다. 선택을 하는 데는 이미 발견돼 널리 알려진 과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기업가는 모험적ㆍ창의적ㆍ경쟁적이며 위험한 선택에 따른 불확실한 결과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는 사람이다. 기업가가 기업을 설립하는 목적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 이윤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란 상업세계의 불확실성을 떠맡는 정신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기업가는 불확실성을 이윤 기회로 포착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러므로 기업가의 행동을 제약하는 제반 규제는 기업가 정신을 훼손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행동을 방해하게 된다. 이윤은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는 데 대한 보상이다. 물론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손실을 본다. 그러므로 이윤과 손실의 궁극적 원천은 불확실성이다.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이윤이나 손실은 없다. 또한 기업가의 이윤은 소비자들의 욕구충족에 기여한 바를 반영하므로 이윤은 미래의 시장 조건들을 옳게 예상한 기업가에 대한 보상이다. 이러한 기업가들의 이윤추구 행위가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사회번영의 원천이며 일반대중의 욕구를 신속하게 충족시킨다. 그리고 이런 일을 잘 수행하는 기업가들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많은 이윤을 얻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촉진한다. 그러므로 성공한 기업가에게 자원사용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가의 투기적 모험 행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업가 자신도 모른다. 그러한 의사결정을 실제로 실천해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이런 실천 행위를 상업실험(commercial experiment)이라고 한다. 그리고 상업실험의 성공과 실패는 기업가가 생산한 최종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즉 기업가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아직 채워지지 않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의 운명을 맞게 된다. 그러므로 미래의 결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제3자는 의사결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기업가는 경영자와는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이다. 기업가는 새로운 생산 라인을 설치하고 기존 라인을 확대 또는 폐쇄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며 이와 관련해 경영자가 할 일을 정해주는 사람이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집단에서 흔히 보는 바와 같이 한 사람이 기업가와 경영자의 기능에 더해 자본을 조달하는 자본가의 기능을 함께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은 반도체ㆍ자동차ㆍ철강 등은 당시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들 산업을 일으켜세우고 성공한 기업가들 덕분에 우리는 6ㆍ25동란의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나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현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불확실한 인간세상에서 매일매일 의사결정을 하는 우리 모두가 기업가라는 사실과, 특히 상업세계에서 자신의 전재산과 운명을 걸고 활동하는 기업가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이들에 대한 오해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용어해설 ◇기업가=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윤 기회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는 사람. ◇이윤=기업가가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은 데 대한 보상. ◇상업실험=기업가가 구상하고 계획한 대로 실제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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