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달러에 비해 안정적이던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까지 오르면서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쟁이 임박하면서 예상보다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가파르자 이로 인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폭이 예상보다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차손 예상보다 심각= 달러에 이어 엔화까지 원화에 대해 초강세로 돌아서자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현재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의 엔화대출 잔액은 약 8,000억엔으로 이 가운데 60∼70%를 중소기업이 쓰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환위험 헤지(회피)가 안 된 상태라 원화가 추가로 절하될 경우 예상치 못했던 손실이 불가피하다. 보통 10대 1을 유지하던 엔화 환율은 최근 달러에 비해 상승폭이 더 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핵 관련 위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그 동안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설득력을 잃어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도 “한국과 일본의 금리차를 고려할 때 지난해 엔화 대출자들은 4% 정도의 이익을 봤지만 올들어 엔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를 모두 까먹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외화대출을 쓰고 있는 기업들은 최소한 금융비용 만큼의 환차손을 추가로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물가불안으로 직결=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점쳐지면서 유가는 속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 배럴당 4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뉴욕상품거래소의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은 지난 9일 밤 11시32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32분) 현재 배럴당 38.03달러에 거래돼 12년 여만의 최고시세를 기록했던 지난 주말보다 25센트가 올랐다.
유가는 지난 7일 배럴당 78센트(2.1%)가 오른 37.78달러까지 치솟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고 있었던 지난 1990년 10월16일 이후 최고시세를 나타냈다. 지난 주에만 3.2% 오른 셈이다.
이러한 고유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국내 물가도 심각해 진다. 한은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 개전 시점이 늦어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 2~3개월 더 길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겹쳐 고유가로 인한 충격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관리 목표(3.7%)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