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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美ㆍ中 냉기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양국의 냉랭한 기류는 최근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중국 정부의 인권의식을 문제 삼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술감독직을 사임하고 미국 정부가 중국에 국가 기밀을 넘긴 스파이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중국 정부가 수단의 다르푸르 인종 학살을 용인해 사임한다고 밝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미국의 통신보안업체인 스리콤을 인수하려는 데 대한 미국 내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스리콤이 미국 국방부에 보안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만큼 국가 보안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화웨이 측은 근거 없는 편견이라고 일축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의 관계가 냉전시대 같아서는 안 된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금융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상호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런 만큼 관계 회복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우선 전세계에서 커지는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아시아ㆍ아프리카ㆍ중동ㆍ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은 급성장하는 경제를 위해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인데 그 과정에서 미얀마와 수단 등에서 자행되는 사악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용인하고 있다. 미국도 이런 외교적 문제에 대한 이성적 토론에 현재 진행 중인 대선 캠페인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미국 내 중국 비판론자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이들은 중국 때문에 직장을 잃고 아이들과 애완견들은 질 나쁜 장난감과 음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보호주의적인 경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중국 정부도 원유와 목재 등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는 폭력적인 정권에 대한 그들의 관대한 태도에 대해 숙고할 것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라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새로운 냉전은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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