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드라마 ‘주몽’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MBC 월화 드라마 주몽의 시청률이 마침내 50%를 넘어섰다는 사실에서 시대가 지금 어떤 리더를 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그마한 단초를 읽는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드라마 주몽은 주몽과 다물군이 현토성을 공격하는 내용을 다룬 지난 30일자 방송에서 마의 벽으로 불려온 시청률 50%를 기록했다. TV를 갖고 있는 두 집 중 한 집은 주몽을 봤다는 얘기다. 2000년 이후 7년간 시청률 50%를 넘긴 작품은 ‘허준’ ‘태조왕건’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주몽은 2007년 초 국민 드라마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드라마 전문가들에 따르면 드라마 주몽의 이 같은 인기는 주몽ㆍ해모수로 대변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 데 있다. 여기에 그간 국내 역사의 한편으로 밀려나 있던 고구려사(史)를 본격적으로 다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도 꼽힌다.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장부의 모습을 보여준 여주인공 소서노와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로 본다. 제작진이 ‘우리 시대 가장 아름다웠던 시대를 보여주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채워주는 데 일조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는 것 같다. 주몽 술, 주몽 유람선, 주몽 게임까지 나왔다.
하지만 드라마 주몽의 인기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혼란스러운 국내 정국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우리 이웃들이 답답하고 정략적인 정치인들의 행보에 질렸다는 반증 아닌가. 강력한 영웅이 등장해 우리 민족을 강대국가로 이끌어가는 스토리 전개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아닌가. 남미에서 축구가 폭발적 인기를 끄는 핵심요인이 정국이 혼란하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드라마 한편을 놓고 거창하게 해석하며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다만 TV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 ‘그 무엇’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귀 기울여볼 만하다고 본다. 제대로 된 답을 찾아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