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홍콩의 경제적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홍콩의 시위 현장에서 정킴화(鐘劍華·사진) 홍콩 이공대 사회정책연구센터 주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콩 민주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쇼핑카트에 확성기를 놓고 공민광장에 모인 학생들에게 그는 "민주주의는 참여다. 집회에 나온 당신들이 자랑스럽다. 이번 시위가 성과가 없다 해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50분 동안의 열정적인 강연으로 땀에 흠뻑 젖은 정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의 말을 등한시하는 중국· 홍콩 정부와 젊은이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홍콩의 불평등이 이번 집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에 대한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결정을 "홍콩 시민과 학생의 높은 교육과 민주주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의 주축이 학생인 이유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젊은이들의 민주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치솟는 집세와 일자리 부족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젊은이들의 분노는 기성세대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의 향방에 대해 정 교수는 4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행정장관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일국양제의 원칙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가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와 같은 무력진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결국 중국 정부가 행정장관 제도는 바꾸지 않되 다른 수단의 유화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현재 친중국 성향의 행정장관 후보 선거인단(1,200명) 구성을 일정 부분 바꾸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가 제풀에 지쳐 규모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며 현재로서는 이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거리로 나선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정 교수는 뒤쪽의 시위대를 가리키며 "민주화를 열망하는 홍콩의 청년들이 있다. 교수로서 민주주의 신념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