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석유화학플랜트 프로젝트가 입찰 연기되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 감소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는 지난해 말 발주할 예정이던 20억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Ras Tanura)' 클린퓨얼 프로젝트(CFP)의 입찰을 올해 초로 연기했다. 이 프로젝트는 애초 지난 2013년 11월 입찰할 예정이었다가 지난해 말로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사업으로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의 관심이 컸다. 이미 4~5개 국내 건설업체가 지난해 7월께 실시된 사전자격심사(PQ)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벌써 두 차례 연기가 된 프로젝트"라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다음달 2일께 입찰이 다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입찰 일정 연기가 최근의 유가 하락에 따라 중동 산유국의 발주 지연 혹은 취소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일 현재 현재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53달러선으로 IMF의 예상대로라면 이미 이들 정부 재정수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발주를 연기한 아람코 역시 국영기업으로 정부 재정수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역시 국제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지연 사유를 밝히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가 하락이 중동 산유국에 영향을 주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저유가의 영향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로마틱 생산시설이 포함된 프로젝트라는 것. 2013년 이 프로젝트의 입찰 연기 이유도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였던 점을 고려하면 유가 하락을 원인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플랜트는 향후 제품가격 전망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안 좋아 투자를 연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제품가격이 반등할 때까지 투자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란은 있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 지연 혹은 취소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 사우디 얀부 정유공장(120억달러), 주바일 정유공장(90억달러)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입찰이 지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들의 상황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며 "사업 다각화와 지역 다변화에 대한 노력을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박성호 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