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16일] 적대적 M&A에 대한 환상

지식경제부와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1일 ‘기업 인수합병(M&A)의 성장동력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은 당시 축사에서 숨어 있는 성장동력인 M&A를 확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면서도 우리 경제 현실에 꼭 맞는 M&A제도를 갖춰나가자고 역설했다. 기업의 M&A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의한 무분별한 적대적 M&A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내년부터 도입될 헤지펀드는 보통 공매도, 차입투자, 비유동성 유가증권투자, 기업의 인수합병에 따른 차익거래기회에 대한 투자 등 상당히 복잡하고 유연한 투자전략을 구사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의 절대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무분별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의한 적대적 M&A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교란하기 쉽다. 근래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적대적 M&A는 성공한 예가 없다. 펀드들도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이를 알기에 M&A의 성공보다 각종 소송 제기와 회계장부열람 청구, 임시주주총회소집요구로 경영진에 퇴진압력, 경영진에 자기사람 심어두기, 사소한 회계오류를 문제 삼아 감독관청에 고발하기, 기업주와 근로자 이간시키기 등 기업을 흔드는 일에 몰두한다. M&A가 진행되고 있다는 공시를 계속 띄워 개인투자자를 홀리고 시장은 M&A의 진행을 믿으니 주가가 들썩인다. 그러나 적대적 M&A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 추격매수에 나선 일반투자자는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러한 M&A 펀드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한결같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을 빌미로 주가를 띄워 어느 수준에 이르면 단숨에 주식을 매도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나서는 전략을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행동들은 이른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라는 멋진 이론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대기업조차 적대적 M&A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이 희생된다는 것은 사회적인 파장과 국민의 정서상 어렵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펀드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다. 이 때문에 적대적 M&A에 대한 대책은 중소기업을 위해 더욱 절실하다. 건실한 중소기업이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고 기업사냥꾼의 공격으로 회사를 빼앗길 위기를 맞아 분노와 좌절에 빠진다. 적대적 M&A 시도 목적, 인수자금의 흐름 등에 대한 사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적대적 M&A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은 오해다. 유럽은 M&A시장 자체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경제 규모와 회사 수에 있어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미국에서도 적대적 M&A는 매우 드물다. 미국 내 적대적 M&A 시도 발표 건수는 지난 2002년 9건, 2003년과 2004년 각각 5건, 2005년과 2006년 각각 4건, 지난해에는 10월 말까지 2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적대적 M&A가 활성화될수록 기업체질이 강화된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지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와 같이 M&A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는 있다. 다만 그 방향은 우호적 M&A를 유도하고 해외 M&A로 나아가야 한다. 해외 M&A는 단기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고 자원확보, 특정산업 육성 등의 전략에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있다. 최근 국내기업이 성공한 해외 M&A에 총 51억달러의 자금이 소요됐다. 이 자금은 우리 주요 상업은행들이 지원했다. 해외 M&A는 막대한 자금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 하나의 기업이 추진하기 어렵다. 국내 펀드들도 단기차액만을 노리는 투기꾼 역할보다는 해외 M&A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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