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흙벽돌 집

주거환경이 날로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이 최첨단 기술에 의한 신소재(新素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세련되고 편리한 주거공간 속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급속도로 변하는 기계문명 때문일까, 요즘 사람들은 유행이 지난 것에 쉽사리 실증을 느낀다.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무거운 것에서 가벼운 것으로, 투박한 것에서 세련된 것으로, 그리고 큰것에서 작은 것으로….얼마 전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살고 있는 시골에 간 일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도 풀고, 또 소설 구상이라도 할 겸 해서 불현듯 집을 나섰던 것이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포천이었는데,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려있는 산골 마을이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그 집이 작은 흙벽돌 집이었다. 화가가 살고 있는 집이니 구라파 풍의 아름다운 별장으로 생각했던 나는 놀랐다. 초가 지붕에 흙벽돌을 쌓아 올리고, 겉면을 황토, 그러니까 진흙으로 발라서지은 아주 토속적인 우리의 옛집 형태였다. 친구는 거기에 화실을 만들고, 방을 만들어 현대적인 생활기구로 불편한 점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집이었다. 나는 그 흙집 속에서 하루를 지내며 옛날 어린 시절의 고향집을 생각했다. 벽 쪽으로 돌아 누으면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난한 그 흙집이 떠올랐다. 요즘 서울에는 황토방이니, 황토 찜질방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 가서 진흙 냄새를 맡으며 땀을 빼고 나온다. 흙을 밟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과 상자 속 같은 시멘트 집 안에서 살고 있으니 흙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식물이 흙에서 자라듯이 인간도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황토(黃土)란 대륙 내부의 사막으로부터 날린 세사(細沙)가 주변의 반건조지대에 퇴적되어 생긴 것이다. 이 황토의 화학성분은 규산, 알루미나, 알카리, 그리고 석회성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건강에는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조상들이 초가지붕 밑에서 흙으로 벽을 쌓아 올리고 그속에서 살았으니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우리의 식생활이나 주거생활은 과학적이다. 그래서 첨단과학 속에서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오늘의 현대인들도 옛것을 그리워하고, 또 그것을 찾아 나서고 있지 않는가. 지구가 돌아가고, 물이 흐르듯이 우리 인간들의 생활이나 정서도 돌고 돌게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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