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하철은 인공소음의 지옥

[사설] [사설] 지하철은 인공소음의 지옥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은 극심한 소음공해의 희생물이다. 지하철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빠저나오기까지 지하철역ㆍ열차ㆍ심지어 에스컬레이트에서까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온갖 지시와 훈계조의 소음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열차가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기계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안내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자동방송장치에서 흘러나오는 별아 별 유치하고 조잡한 인공 소음을 말한다. 필요한 안내방송이 있다면 역 안내 정도이다. 그것도 우리말이면 충분한데도 남녀 목소리로, 우리말 영어로 번갈아가며 떠들어대는데 가관이다. 환승역에서의 방송은 말 그대로 시끌벅적이다. 제멋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수도 서울 시민을 어린애나 등신 취급하는 데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예를 들면 열차와 승강장사이에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고 쥐새끼라면 모를까 사람이라면 일부러 용을 써도 안 빠질 정도인데 열차에서, 역에서 타고 내릴 때 연신 조심하라고 장?하게 떠들어댄다. 그보다 휠씬 불편한 버스나 택시도 타고 복잡한 지하3~4개층을 오르내릴 정도의 시민한테 마치 북한 방송처럼 쓸데없이 악을 써댄다. 한 걸음 물러서라는 방송도 멍청하기는 마찬가지가. 심지어 어떤 역에서는 선로쪽과 승강장사이가 완전히 차단돼 있어 물러서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한걸음 물러서라며 설레발이를 처댄다. 무책임 운영의 표본이다. 과거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라는 말도 안 되는 방송을 비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지만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시민을 노약자라는 말뜻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로 얕잡아보는 방송에서부터 몽촌토성역 같은 데서는 취객(술 취한 사람)을 도와주라는 황당한 훈계를 쉴새 없이 떠들어댄다.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라, 형량까지 알려주며 위험물질을 가지고 타지 마라, 국가정보원에 신고해라. 출입문에 기대지 마라, 잡상인을 신고해라, 무리하게 타지말고 다음차 이용해라, 잊은 물건이 없는지 살펴봐라는 등 별아 별 시시콜콜한 훈계와 지시를 일삼아 지하철을 소음지옥으로 만든다. 여기에 공연히 떠들어대기 좋아하는 승무원까지 가세하면 생지옥이 따로 없다. 시대착오적인 완장문화를 청산하고 지하철이 조용하고 쾌적한 시민의 발로 거듭나기 위한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입력시간 : 2006/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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