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보다 양호 불구 요구 강도는 동일/추가협상 통해 구체적 수치 등 완화해야「국제통화기금(IMF)은 한가지 잣대 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우리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지난 94년 멕시코에 요구한 지원조건의 복사판으로 나타나자 국가별 경제여건 차이를 무시한,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멕시코와 우리나라는 통화위기 발생 원인이나 각종 거시경제지표 수치가 다른데다 실물경제여건이 전혀 상이한 상황이다.
우선 94년 통화위기 당시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적자 규모는 7.7%로, 올해 4%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경상적자 비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경상적자 발생 원인을 봐도 멕시코는 국내 저축률이 16.7%에 그쳐 투자수요에 비해 국내저축이 크게 부족한 데 기인한 반면 우리나라는 96년 현재 저축률이 30%대를 유지하는 등 멕시코에 비해 탄탄한 경제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물가상승률도 우리나라는 94년 현재 멕시코와는 비교가 안되는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30%를 웃도는 극도의 물가불안사태에 놓였던 멕시코와 달리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예상상승률은 4% 수준에 그친다.
또 재정수지를 비교해도 멕시코가 위기 당시 1.1% 가량의 재정적자를 보였던 반면 우리나라는 96년 현재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도 적자규모가 0.2%에 못 미치며 일반재정수지는 흑자를 유지, 재정운용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멕시코의 경제기반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지원조건이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에 달하자 일부에선 IMF의 융자조건이 우리의 경제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졸속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경제에 닥친 금융위기가 멕시코와 달리 부실채권과 금융권 부실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필요이상의 저성장과 긴축기조는 또다른 기업부도와 그에 따른 금융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 경제의 회생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마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발등에 떨어진 외화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굴욕적인 이행조건을 일단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향후 추가협상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지원조건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