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계대출 급증 '금융시스템 위협' 경고

한달만에 3조 가까이 급증… 금융부실.사회불안등 우려급증하는 가계대출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1일 "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은 새로운 위험요소가 될 것이며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높여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계금융부채 관련 정책세미나'를 통해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세나 규모확대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신용카드대출의 급증은 서민경제 붕괴와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이에 앞서 '가계대출을 늘리는 은행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고 벌칙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학계의 잇따른 경고를 비웃듯 은행의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어만가고 있다. ◆ 가계대출 급증 여전 8개 시중은행의 지난 30일 현재 총 가계대출 잔액은 122조2,381억원. 전년 말보다 2조8,081억원 증가했다. 금감위와 한은ㆍ재경부까지 나서며 가계대출 급증을 경고하는 와중에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국민ㆍ하나ㆍ서울ㆍ한미 등 4개 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기업대출을 앞선다. 일부 은행은 시중금리의 상승기조에도 아랑곳없이 개인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뭐라 해도 가계대출을 계속 늘리겠다는 의도다. ◆ 가계대출 왜 증가하나 손쉬운 장사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손이 많이 가지만 기업대출보다 떼일 염려가 적고 마진도 크다. 국제결제은행(BSI)의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특히 신용카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도 가계대출 급증에 한몫 했다. 지난해 9ㆍ11 테러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한국경제가 플러스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소비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외부충격과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선기능을 수행한 게 사실이다. ◆ 금융시장 혼란의 뇌관 문제는 경기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는 가계의 상환능력 결여, 금융기관 부실화, 신용경색, 경기침체의 악순환구도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금리상승이나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수반될 경우 급속한 신용대란도 우려된다. 서민가계 붕괴라는 사회적 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다. 카드대출 남발 분위기를 타고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 등 사회적 가치체계 혼란도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가계대출 부실화의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불안해지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며 금융회사의 예상마진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은 전형적인 대출 부실화의 전조라는 것이다. ◆ 대안은 없나 기업부문으로 자금을 돌리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개인도산제도의 본격적인 도입과 신용카드 사업자의 신용심사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자산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당면과제로 꼽힌다. 은행 시스템 차원에서는 은행들이 대출을 서로 사고팔아 BSI 기준을 조절하면서도 기업대출 총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금융기관간 대출판매시장(Loan Sales Market)의 도입도 요구되고 있다. 권홍우기자 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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