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경제 '인플레 압력' 거세진다

베이지북 "많은 지역서 물가상승 우려 현실화"<BR>3월 CPI도 0.6%나 올라 5개월만에 최대기록<BR>일부선 "스태그플레이션 초기국면 돌입" 경고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미 학계와 월가(街) 일각에서는 성장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20일(현지시간) 미 다우지수는 1만12, 나스닥은 1,913까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현실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위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장기적인 물가상승 압력은 상당히 잘 억제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지표는 영 딴판이다. FRB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내 12개 지역의 실물경제 상황을 조사한 ‘베이지북’보고서에서 많은 지역에서 물가 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며 물가상승의 대부분은 에너지 비용과 달러약세, 건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또 아직까지 소매판매 가격은 안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전반적인 제품 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달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매파(Hawkish)들이 물가상승 압력을 강하게 제기한데다 이날 베이지북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에 비해 0.6%나 상승,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도 0.4% 올라 지난 2002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경고= 물가상승 압력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5월3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가 다시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FRB가 시장충격을 우려해 앞으로 예정된 회의에서 0.5%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겠지만 매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쉼 없이 단행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와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금리를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유가와 달러약세로 야기된 물가상승이 ▦소비지출 감소 ▦기업 금융비용 가중 ▦주택시장 위축 ▦자산효과(Wealth Effect) 감소 등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져 미국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최근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가중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국면에 들어갔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석학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는 점진적인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갔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ㆍ3월 고용지표와 소비자신뢰지수, 소매판매 실적 등이 월가 전망을 크게 밑돌았고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2월 무역적자가 600억 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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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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