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아시아에 또다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학수(사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사무총장은 외환위기 10주년을 기념해 2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회의에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지난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유사한 충격에 다시 빠져들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장은 외교부 국제경제대사를 맡다가 2000년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산하기구 수장에 오른 국제경제 전문가다. 김 총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화가 상당한 이익을 주긴 했지만 역내 국가들이 국제환경 변화에 따른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전세계 금융시장의 넘치는 유동성과 자산가치 거품, 아시아통화에 투기세력이 역내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김 총장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자국 통화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역내 중앙 은행들도 통화정책을 보다 투명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져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방통행식 환투기(one-way bet)’가 견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외환시장 유연성 제고 외에도 ▦거시경제 펀더멘털 강화 ▦금융 부문의 건전성 개선 ▦역내 금융협력 강화 등을 통해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