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산악인 박영석 안나푸르나서 실종

눈사태·낙석 사고 당한듯


히말라야 해발 8,000m급 봉우리 14좌를 모두 밟았지만 안나푸르나(8,091m)에 오르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남벽을 타던 박영석(48ㆍ사진) 대장 일행이 48시간 이상 연락이 두절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눈사태나 낙석을 만나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일 박영석탐험문화재단과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박 대장은 강기석ㆍ신동민 대원과 지난 18일 오전4시10분(한국시간 오전7시10분)부터 안나푸르나 남벽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오후4시께 해발 6,500m 지점에서 "눈과 안개가 가득하고 낙석이 심해 하산하겠다"는 내용의 위성전화를 끝으로 3명 모두 베이스캠프와 연락이 끊겼다. 박 대장 일행은 보조 산소기구나 고정된 로프를 쓰지 않고 셰르파의 도움 없이 영국ㆍ일본 루트 사이에 지금까지 아무도 오르지 않은 코리안 루트로 안나푸르나 남벽을 오를 계획이었다. 15~21일 사이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상되자 이 기간에 등정을 마친다는 목표 아래 17일 안나푸르나 남벽 밑으로 이동해 등정에 나섰다. 6,500m 지점에서 비박을 한 뒤 4일간 절벽에 매달린 채 식사와 잠을 해결하는 '알파인' 방식으로 직벽을 올라 반대편으로 하산할 예정이었다. 베이스캠프에 남은 김동영ㆍ이한구 대원은 박 대장 일행의 연락 두절이 길어지자 19일 수색에 나서 남벽 밑 해발 5,100m 지점에 설치됐던 전진 베이스캠프(공격캠프)가 눈사태에 휩쓸려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져 수색을 중단했다가 20일 날이 밝자 다시 수색에 들어갔다. 대한산악연맹과 박영석탐험문화재단은 네팔 카트만두에서 헬리콥터를 띄우는 한편 카트만두에서 셰르파 등 수색인력을 불러 본격적인 수색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에베레스트(8,850m) 남서벽, 로체(8,516m) 남벽과 더불어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힌다. 해발 4,200m의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표고 차가 3,891m나 되는 거대한 암벽이다. 길이가 3,500m에 이르고 해발 5,000m 전진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암벽이 2,000m나 이어진다. 해발 7,000m 부근에서 시작되는 600m 구간은 세계 최고의 암벽 전문가들에게도 성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안나푸르나는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등정자가 가장 적은 험난한 봉우리다. 특히 남벽 지역은 눈사태와 낙석, 기후변화가 상당히 심하다. 박 대장 일행은 9월19일 출국해 고산훈련을 마쳤지만 네팔 최대 명절인 '다사이' 힌두 축제기간 때문에 이달 12일에야 전진 베이스캠프를 구축했다. 전진 캠프를 떠나면 산소통은 물론 쉴 수 있는 캠프도 더 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70도에 이르는 직벽에서 비박을 하며 체력적 한계를 이겨내야 한다. 박 대장은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 중 두명의 대원을 잃었으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코리안 루트(박영석 루트)'라 이름 지었다. 지난해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했다가 기상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 3극점(極點)을 모두 정복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 슬램을 이룬 것은 박 대장이 처음이며 아직까지 세계 어느 누구도 이 기록을 따라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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