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대우車 공장설립후 '국민차' 자리잡아<br>휴대폰·에어컨·TV도 '메이드인코리아' 물결<br>"과감한 개방정책땐 중앙亞서 선두국 부상"
| 타슈켄트 시내 재래시장의 고려인 상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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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슈켄트 시내에 설치된 엘지 초콜릿폰 광고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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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열풍 우즈베키스탄 르포] 시내 자동차의 90%가 대우車
91년 대우車 공장설립후 '국민차' 자리잡아휴대폰·에어컨·TV도 '메이드인코리아' 물결"과감한 개방정책땐 중앙亞서 선두국 부상"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곽경호기자 kkh1108@sed.co.kr
타슈켄트 시내 재래시장의 고려인 상인들.
타슈켄트 시내에 설치된 엘지 초콜릿폰 광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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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발 아시아나 OZ 4675편이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던 지난 1일 오전9시. 기내에서 착륙을 숨죽이며 기다리던 200여명의 우즈베키스탄인들은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마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애타게 기다리던 ‘코리안 드림’의 시작이 그들 앞에 펼쳐지지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에 도착한 우즈베키스탄인들은 국내 기업체에 근로자로 취업이 예정됐거나 한ㆍ우즈베키스탄간 교역을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우즈베키스탄인 압둘 카잔(45)씨는 “한국의 중고차와 자동차 부품을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입하기위해 한국에 오게 됐다”며 “메이드인 코리아를 최고로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중고차와 자동차 부품을 수입, 대박의 꿈을 이루겠다”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까레이스키(구 소련 지역 거주 고려인)의 본거지이자 ‘중앙아시아의 진주’로 떠오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현지를 취재하기위해 기자가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수도)에 도착한 것은 지난 2월 마지막 주. 중국과 몽고의 국경인 고비사막, 아시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넘어 비행기로 8시간만에 도착한 타슈켄트는 조용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도시였다.
마침 이곳은 올 겨울 들어 몇 달만에 함박눈이 내려 도시 전체가 설원을 연상케 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는 과거 중국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관문이다. 이 때문에 이 곳은 아시아와 유럽, 중동의 세 가지 문화가 혼재하는 거대한 문물의 박물관처럼 보였다.
특히 이슬람교도가 70%가 넘는 ‘무슬림 국가’이면서도 지난 1920년대부터 90년대초반까지 구 소비에트 연방 국가였던 탓에 도시 곳곳마다 러시아 문화의 색채가 매우 강하게 베어있는데다 총 133개 민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모습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했다.
타슈켄트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90%가 ‘대우차’라는 점이다. 택시와 승용차는 물론 관용차에 이르기까지 대우자동차의 ‘마티즈’ ‘티코’ 그리고 ‘시에로’(90년대 중반 대우가 국내서 주력 생산했던 준중형모델. 현지명 넥시아)가 주종을 이뤘다.
특히 이들 대우차 가운데 ‘시에로’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로부터 ‘꿈의 차’로 불릴 만큼 사랑을 받는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처럼 대우차가 물결을 이룬 배경에는 지난 91년 현지에 대우자동차 합작공장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후 90년대말 대우 부도로 대우차 공장 경영권이 우즈베키스탄 정부로 넘어갔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대우차가 우즈베키스탄의 국민차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됐다.
현지 회사원 드미트리(35)씨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우즈베키스탄에선 일본차도, 미국차도 대우차에 밀려 발을 못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즈베키스탄의 ‘메이드인 코리아’ 열풍은 자동차뿐만 아니다.
아직 통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현지에서도 타슈켄트의 젊은이들 사이에선 ‘엘지 초콜렛폰’이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초등학교 여교사 엘레나(24)씨는 “주변 친구들이 엘지 초콜렛폰을 사기위해 여섯달치 월급(약 500달러)을 거의 한푼도 안 쓰고 모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시내 백화점과 상가에서는 엘지, 삼성의 에어컨, TV가 전체 가전제품 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하는 등 나라 전체가 ‘메이드인 코리아’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반도의 2배가 넘는 광활한 국토에 천연가스, 금 등의 부존자원은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 91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후 여전히 외국자본에 대해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2,000달러 수준을 밑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은 최근 들어 인접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일고 있는 대규모 경제개발 바람에 큰 자극을 받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우즈베키스탄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한국을 포함한 경제 선진국가의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타슈켄트 호텔에서 만난 현지 기업인 알렉세프(42)씨는 “우즈베키스탄은 부존자원뿐만 아니라 저렴한 인건비와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인력들이 풍부해 외국 기업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곳”이라며 “외국 자본에 대한 과감한 개방정책을 실시할 경우 중앙아아시아 5국 중 가장 강력한 경제개발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3/06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