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장기침체로 펀드시장이 위축되면서 설정된 지 1년이 채 안 된 이른바 ‘새내기 펀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새내기 펀드’의 순자산총액이 지난해의 9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주가하락 여파도 작용했지만 강세장에서 유행만을 좇아 ‘묻지마 펀드’를 출시했던 자산운용업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2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을 기준으로 설정 1년 미만인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은 4조5,093억원으로 전체 주식형펀드(75조8,016억원) 순자산총액의 5.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말의 경우 설정 1년 미만의 주식형펀드 순자산액이 40조6,868억원으로 전체의 30.01%를 차지했다. 불과 1년 만에 ‘새내기 펀드’의 순자산총액이 90%나 줄어들었고 펀드 시장에서 ‘새내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0% 에서 6%로 급감했다.
펀드 유입 자금도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최근일 기준 1년 미만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7조3,841억원으로 지난해 말(33조9,805억원)의 21%에 불과하다.
펀드시장 위축에 따른 전반적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오래된 펀드를 살펴보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설정된 지 3년 이상~5년 미만 주식형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지난해 말 20조3,866억원에서 올해는 39조4,25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순자산액도 20조1,056억원에서 21조1,058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가장 큰 요인은 해외 펀드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형펀드만 떼 놓고 보면 순자산액이 지난해 말 29조7,806억원에서 현재는 1조7,107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설정된 지 3~5년 된 주식형펀드는 지난해 말이나 최근이나 2조5,000억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해 중국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해외 펀드가 올해는 이머징 마켓부터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이 발길을 끊은 것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1~2년 사이 해외펀드가 우후죽순 등장했는데 설정된 지 1년이 안 된 펀드들은 글로벌 증시가 가장 정점에 있을 때 출시돼 약세장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았다”며 “수익률이 안 좋으면 원금 훼손이 적은 오래된 펀드부터 자금이 빠져나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늦게 들어온 자금이 가장 먼저 유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운용사들이 유행만을 좇아 운용철학이 부재한 펀드들을 잇따라 출시한 게 최근 설정된 펀드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펀드 하나를 출시할 때 운용철학을 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언제부턴가 운용역이 누군지, 자문을 누가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묻지마 펀드’가 대거 출시됐다”며 “반짝 유행에 휩쓸린 상품들이 약세장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