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숨죽인 현대車… 울산공장 현지 르포

"일자리 불안 밤잠 설쳐요"<br>직원들 "수출 일감 줄어들까 일손 안 잡혀" <br>협력업체들도 "줄줄이 부도나나" 전전긍긍


숨죽인 현대車… 울산공장 현지 르포 "일자리 불안 밤잠 설쳐요"직원들 "수출 일감 줄어들까 일손 안 잡혀"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부도나나" 전전긍긍 울산=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관련기사 • "현대차 흔들리면 140만명 일자리 잃어" • 경제5단체장 'MK 구하기' 나선 이유는? • 경제 5단체장도 鄭회장 선처 호소 • 현대차 "중소업체 대금 현금지급" • "현대차는 SK와 달라 MK공백땐 경영 위기" • 정몽규 현대산업회장 불구속 기소 “(검찰의 비자금 수사 여파로) 당장 다음달부터 수출 일감이 줄 것이라는 위기감에 동료들 모두가 작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직 사원 L씨) “줄줄이 부도가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에 일손이 안 잡힙니다. 환율ㆍ유가 불안이야 어렵게나마 헤쳐왔지만 최대 납품처인 현대차가 흔들리면 앞으로 무얼 먹고 살겠습니까.”(문채수 명화공업 대표) 25일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가 끝난 직후 급하게 방문한 현대차 울산공장은 회사가 최악의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생산 라인 주변에 삼삼오오 모인 생산직 근로자들부터 공장 관리자, 고위급 임원을 막론하고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이다. 취재진이 울산공장에 도착한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공장 안팎에서는 오후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채 “검찰의 태도가 왜 이렇게 강경하냐”는 이야기부터 “미국에서는 벌써 딜러들이 다른 곳과 접촉하고 있다더라”는 등 근심 어린 전망을 내놓는 직원들까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연간 16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최대 수출기지 울산공장이 정 회장의 검찰 소환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아직 심각한 생산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직원들의 동요가 크지 않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울 정도다. 조립공장에서 만난 K(43)씨는 “가급적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쏟고 있지만 새로운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잠깐씩이라도 일손이 느슨해지게 마련”이라며 “다섯 식구가 나 한 사람에게 매달려 살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검찰 비자금 수사 여파로) 일자리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각하다. 벌써 해외 수출은 물론 해외 투자에 빨간등이 켜진 협력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울산 지역 현대차 협력업체 가운데 중견기업 수준인 1차 협력사들은 40여곳. 연간 3,000억~4,000억원대의 부품을 현대차에 납품하는 P사는 이달부터 진행하려던 유럽 생산공장 건립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현대차가 검찰수사 여파로 체코 생산공장 건립 일정을 당분간 연기했기 때문에 일정대로 유럽 생산공장을 착공할 경우 시차가 발생한다”며 “우리 회사뿐 아니라 인근 협력업체 모두 해외진출 계획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 공장 건립이 계획대로 이뤄져야 미리 현지에서 수주한 부품공급 물량을 차질 없이 조달해줄 수 있는 데 큰 일”이라며 “지금흐름을 볼 때 당장 다음달부터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정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했다. 강호돈 현대차 울산공장 부공장장은“최근 앨라배마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데다가 향후 체코 공장이 착공되면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등장할 것”이라며 “한건 한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들인데 총괄 지휘하던 회장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풀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한걱정이었다. 검찰의 수사가 ‘정 회장 구속’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그동안 정 회장이 생산현장을 쫓아다니며 추진해온 품질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의장 부문을 맡고 있는 한 현장 직원도 “예전 같으면 묵살되기 일쑤였던 생산현장의 문제 제기가 정 회장께서 경영을 맡은 후부터는 즉각 반영돼 문제점이 곧바로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생산현장 문화 혁신을 더 이끌어가야 하는데 총수가 구속된다면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메카 울산에서는 지금 생산현장에 고정돼야 할 눈과 귀가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고 있었다. 입력시간 : 2006/04/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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