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솜방망이' 방통위 경고

KT가 삼성 스마트TV 인터넷접속을 끊어버린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당국이 내린 제재수위를 놓고 말들이 많다. 지난주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KT가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게 인정된다며 '경고'조치를 내렸다. 죄는 무겁되 그동안 피해보상에 힘썼고 데이터망 사용대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참작하면 과징금은 과하니 꾸짖는 정도의 처벌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처벌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이날 열린 방통위 공개회의에서 방통위 상임위원이 회의에 출석한 KT관계자를 초등학생 나무라듯 꾸짖었던 터라 회의를 지켜봤던 방청객들에게 경고 조치는 다소 싱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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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KT가 지난 몇 개월 동안 온갖 비난을 받아왔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버거운 상대를 망사용 대가 협상자리에 앉히게 한데다 인터넷업체나 소비자에게 망 사업자의 파워를 확실히 일깨우게 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통위도 KT가 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수준으로 제재수위를 낮추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예상대로 스마트TV 사용자들만 별다른 위로도 받지 못한 채 피해자로 남았다. 당시 5일 동안 2만4,000명 정도의 가입자들이 겪은 불편은 대기업들 다툼 속에서 양측의 허울좋은 구실로만 이용됐을 뿐이다. 당국이 준엄하게 꾸짖는 조치를 내렸다고 하나 진정한 사과의 말도 들을 수 없는 약자의 위치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예고 없는 인터넷접속 차단과 같이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3회 반복하면 사업자에게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당국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엄혹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이용자들 권리가 상황에 따라서는 판단의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방통위의 경고는 엄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항상 양해를 요구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부지경중(不知輕重ㆍ판단을 그르침)이며 오산이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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