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 사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했다. 변동성지수(VIX)는 치솟았으며 비교적 차분하고 예측 가능한 채권시장마저 크게 동요했다. 변동성 장세가 다시 돌아온 원인은 무엇일까.
변동성 증가의 첫 번째 요인은 유럽의 경기둔화 및 디플레이션 리스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유로존 국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앞으로 6개월 내 유럽이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지난 4월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기둔화 가능성과 맞물려 유로존 전역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하락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는 이미 상당수의 유럽 국가들이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거나 머지않아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럽 전역에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다.
두 번째로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및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관심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서 금리인상 시기로 이동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경기 펀더멘털의 호조세로 더욱 심화됐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강세는 신흥 국가들이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주도해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의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이번 경우에도 달러화 강세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과 브라질·러시아 등 원자재 주요 수출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들 신흥국가가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종류의 위기를 겪으면서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대외부채를 줄이는 등 개혁을 통해 대처 방법을 터득했기에 아직까지 달러화 강세의 여파가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올 초부터 지속된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신용융자 규모를 나타내는 사회융자총액이 2008년 10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실물경기의 대표적 척도인 전력소모량·철도운송량·은행대출지표가 모두 하락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외부에서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의구심 또한 커졌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처럼 단기간에 급속도로 발전한 개발도상국이 경제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성장률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변동성 장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투자자가 변동성을 부정적인 개념으로만 인식하지만 사실 역사적 관점에서 변동성은 뒤이어 나타날 상승장의 발판으로 작용하거나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