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국 무단방치車 몸살

소방차막고 사고위험 범죄이용까지최근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면서 도로에 무단으로 방치된 차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ㆍ군ㆍ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국에서 적발된 무단방치 차량은 6만2,131대에 달하고 있다. 이들 차량들은 자동차 세금 체납이나 채무관계로 압류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자체가 임의로 처분할 수도 없다. 이러다보니 오랜 기간동안 방치하는 사례가 많아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는 등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는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막아 화재진압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통사고의 요인으로=얼마전 회사원 황모(40ㆍ울산시 남구 신정동)씨는 출근길에 온산공단 진입도로로 차를 몰고 가다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무단으로 방치된 차량을 피하려다 급정거를 했기 때문. 다행히 뒤따라 오던 차량들이 급정거를 해 간신히 사고는 면했다. 황씨는 "경찰 단속이 뜸한 곳에 차량들이 종종 무단방치 되고 있는데 이를 피하려다 보면 본의아니게 곡예운전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세광목욕탕 앞 골목길에는 승용차가 10여일이 넘도록 방치돼 있다. 이 차는 유리창이 모두 깨진 상태에서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변모, 교통소통은 물론 안전사고도 우려되고 있다. 국철 방학역에서 창동역 방향 한일자동차학원 입구까지 약 500㎙ 편도1차선 이면도로에도 폐차 직전의 각종 승용ㆍ승합차가 버려져 있다. 인천시 남구 주안동 이면도로 일대에 2톤 트럭이 한달째 방치돼 있는데 주민이나 행인들이 쓰레기까지 버려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또 남구 주안5동 신신정비공장 인근 2차선 도로의 경우 즐비한 무단 방치차량들로 왕복 1개차선은 통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아파트 정문 입구에도 차량이 버려져 있어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이를 피하느라 크게 회전을 하는 바람에 2차로의 주행차량과 충돌위험이 매우 크다.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직원숙소 옆 주택가 이면도로에도 폐차직전의 차량이 버려져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주민 김모(45)씨는 "구청에 신고했지만 견인예고장만 부착해 놓고 아직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늘어나나=구조조정 등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자동차세를 체납하거나 채무관계로 차량이 압류된 차주가 이를 갚을 길이 없어 도로에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강서구청 교통행정과의 박명기씨는 "무단방치 차량으로 신고받고 현장조사를 해보면 80% 이상이 자동차세금을 내지 않아 번호판이 압수됐거나 채무관계로 압류된 차량"이라며 "요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무단방치 차량은 지자체에서 차주조회를 거쳐 견인예고장을 발부하고 30일안에 자진처리 하지 않을 경우 강제 폐차하도록 돼 있어 짧으면 45일, 길면 수개월까지 방치돼 골목길의 애물단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저당권이 설정되거나 압류된 차량은 법률상 지자체가 임의로 폐차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처리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더군다나 지자체들은 방치차량의 보관장소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강제폐차 절차를 마칠 때까지 좁은 골목길에 장기간 방치하는 실정이다. ◇당분간은 해결책 난망=건설교통부는 현재 서울시 등 지자체들의 건의를 받아 재산가치가 없는 차령 7년이상의 차량은 압류가 된 경우라도 소유자가 자진폐차 신고를 할 때는 이해관계인이나 관련기관에 통보한 후 폐차가 가능하도록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하고 있다. 또 이달부터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유자에 대한 강제처리 계획 통지기간을 30일에서 20일로 단축했고 매년 1번 실시하는 일제정리기간을 올해는 4월과 10월 두번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압류물건 강제폐차는 재산권침해의 소지가 있는데다 시행규칙 작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당분간은 해결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방치차량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나=지난해말 현재 도로에 무단으로 방치하다 지자체에 적발된 차량은 전국에서 6만2,131대에 달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았던 98년의 5만9,538대보다 2,500대가 더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42%인 2만6,252대는 자진처리 됐고 절반이 넘는 3만2,928대가 강제처리 됐다. 또 강제처리된 차주중 1만9,973명은 고발 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만5,438대로 가장 많고 경기 1만1,482대, 경북 4,087대, 인천 4,069대, 대구 3,111대, 부산 3,107대 등의 순이었다. 이런 현상은 올 들어서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달 평균 50~60대씩 적발한 영등포구청의 경우 올 1~2월 두달동안 130건이 적발됐고 도봉구에도 한달 평균 60건정도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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