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기업 '경영권 방어' 비상

외국인 대주주로 올라선 기업 크게 늘어<br>상장사 돈벌어 R&D아닌 자사주 취득 부작용<br>전문가 "적대적 M&A 방어 수단 적극 도입을"

외국인 대주주를 가진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내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기업들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설비확충이나 R&D 등 생산적인 곳에 재투자하지 못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배당에 사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주식시장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40%를 넘어서고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로 올라선 기업이 44개에 이르는 등 경영권에 대한 외부공격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자본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적대적 M&A를 활성화한 만큼 이제는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이 지난 상반기 동안 경영권 방어와 주가부양에 쏟아 부은 자사주 취득금액은 3조6,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동안의 설비투자 금액 8조3,000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단일기업으로 6조1,000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장법인의 자사주 순취득액(1조6,000억원)이 설비투자(2조2,000억원)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 상승으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기업들은 유일한 방어수단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총액이 지난 2001년 말 8조2,040억원에서 5월 19조1,390억원으로 2년6개월 만에 133% 가량 늘어났다. 이경상 상의 기업정책팀장은 “M&A 방어에 취약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같은 현금투입형 방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경영권 방어는 단기적 주가안정과 주주 중시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현금 소요로 투자여력을 크게 줄여 결국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독약조항(poison pill)이나 다중의결권주식 제도 등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형 경영권방어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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