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폭 그쳐… 돈, 증시·부동산으로시중은행의 예금 증가세가 올들어 주춤해지고 있다.
8개 시중은행에서 지난 1월 한달 동안 늘어난 수신(신탁 포함) 규모는 대략 1조1,300억원.
지난해 4ㆍ4분기 8개 시중은행의 수신증가액은 월평균 4조5,000억원, 3ㆍ4분기 4조8,000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은 4분의1 수준 밖에 안되는 셈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증시와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은행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다소 둔화됐다는 분석과 함께 세금과 공과금이 한꺼번에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특수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ㆍ한빛ㆍ조흥ㆍ외환은행 등은 지난해 말에 비해 수신액이 줄어든 반면 신한ㆍ하나ㆍ한미ㆍ서울은행 등은 증가액이 은행당 평균 1조원 안팎에 달했던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 예금 유입 둔화 시중은행의 한 소매금융 담당자는 "올들어 신규 예금고객이 지난해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금리'를 꼽았다. 지난해 말과 연초에 금리 하락세가 멈추고 들먹거리자 예민해진 금융자산가들이 은행에 돈 맡기기를 주저하게 됐다는 분석.
1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안팎으로 높여 특판예금을 판 일부 시중은행 외에 전반적으로 정기예금 신규 유입이 썰렁했던 것도 같은 배경이라는 것이다.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증시 주변으로 돈이 몰린 것도 은행 창구를 다소 한산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 은행별 편차
국민은행은 1월 중 총수신이 2조원 이상 감소했고 한빛은행도 1조원 이상 빠졌다. 반면 신한ㆍ하나ㆍ서울ㆍ한미은행 등은 급격히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1월 하순께 빠져나간 제세ㆍ공과금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 은행권 전체로 6조원 가량이 재정이나 지자체로 자금을 넘겼는데 그중 상당액이 국민ㆍ한빛ㆍ조흥은행 등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한미ㆍ하나ㆍ신한은행 등이 특판상품을 팔거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예금금리를 다소 높게 운용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금의 만기구조 등으로 볼 때도 은행별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일례로 국민ㆍ한빛은행 등은 1월 중 6개월 미만 만기의 정기예금은 늘고 6개월 이상 정기예금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하나은행은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1조원 가까이 빠진 데 비해 6개월 이상은 2조3,000억원이 늘어 대조를 보였다.
양도성예금증서(CD)의 경우 서울은행이 1월에 8,000억원 이상 잔액을 늘린 반면 국민은행은 6,500억원이 줄었다.
결국 '1월 요인'이라는 특수한 현상과 함께 은행들이 연초 예금금리 전략을 어떻게 설정했느냐, 유동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수신전략 달라졌다
저금리기조가 정착되면서 은행들에게 예금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운용할 곳만 확보되면 언제든 예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시판매'등의 형식으로 금리를 0.1~0.2%포인트만 인상해도 예금이 순식간에 몰린다.
따라서 은행들은 매월 유동성 현황과 대출상품 판매 현황 등을 감안해 탄력적인 수신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은행별 금리전략에 따라 지난 1월과 같은 심한 편차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김민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