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생각할 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공식이 있다. '노동자=소비자'라는 공식이다. 노동의 세계에서는 분명 저마다 직급이 다르고 그에 따라 연봉도 다르다. 그러나 놀랍게도 직장을 벗어나면 우리는 모두 똑같아진다는 착시효과가 생겨난다. 연봉 2,000만원인 신입사원이나 연봉 5,000만원인 과장도 하다못해 최신 스마트 폰을 살 때는 똑 같은 입장이 되기에 말이다. 그래서 소비의 세계에서 우리 모두 늘 평등하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지 "소비로 은폐되는 노동의 기억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가 어떤 굴욕으로 돈을 벌었는지 잊고 싶을 때, 억압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물건을 쉽게 사게 마련이다. 소비를 할 때만큼은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전지전능함을 느낄 수 있기에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딱 하나 있는 소비의 자유를 맘껏 누리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소비 자유의 전제는 돈'이라는 점이다. 결국 돈이 떨어지면 자유가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을 받고 공허해진다. 돈을 다 쓰면 다시 부자연스럽고 그래서 다시 목숨 걸고 돈을 버는 데 매진한다. 결과적으로 차츰 돈의 노예가 돼 가는 것이다. 벌고 쓰고 다시 벌고 쓰면서 우리의 내면에는 소비의 자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자유에 대한 감각도 남아 있지 않게 되는 씁쓸한 현실과 마주하기 전에 소비의 본질, 그 이유에 대해서 찬찬히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다.
살아가며 불현듯 마주하거나 잊기 쉬운 고민, 삶의 체증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가 내놓는 조언이다. 저자는'대중과 소통하는 거리의 철학자'라 불리는 철학박사 강신주다. 그가 서울 대학로 카페 '벙커1'에서 매달 한 차례 진행한 강연 모음집의 마지막 권(강신주의 다상담1·강신주의 다상담2)이다. 소비·가면·늙음·꿈·종교와 죽음 등 5개 주제를 다뤘다.
왜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돈을 벌고 쓰며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지, 왜 우리는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과 가면을 쓰며 살아가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사는지, 왜 나이 드는 것을 싫어하고 노후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 하는지, 왜 꿈이 없으면 불안해하는지, 왜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며 종교에 의지해 현재를 저당 잡혀 사는지 등 삶의 여러 의문에 관한 직설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성찰과 함께 풀어낸다. 1만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