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안 아직도 기름띠…"그래도 일어서야죠"

우리가 희망 잃지않게 하는 힘은 자원봉사자들<br>앞길 막막한 주민위한 보상대책 서둘러줬으면

기름으로 만신창이가 된 굴양식장을 가리키며 의항2구 주민들의 삶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이충경 계장은 “그래도 국민들의 성원이 희망을 잃지 않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닷바람마저도, 발을 들여놓기 힘들 만큼의 차가운 바닷물도 너끈히 받아내며 이맘때면 늘 힘차게 굴을 실어나르던 모습들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 굴들을 정신없이 까던 아낙네들의 청명한 소란스러움도 사라져버린 바닷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한 역한 기름냄새, 주민들의 절망과 한탄이 섞인 고통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위로와 땀방울로 뒤범벅이 된 채 태안의 무뚝뚝해만 보이는 앞바다는 그렇게 정해년 한해를 한겨울 거친 파도 속에 감춰버렸다. 무자년 새해를 앞두고 모두가 들떠 희망을 얘기하고 있던 31일 만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구 어촌계장 이충경(35)씨는 “주민 모두가 방제작업 이외에 다른 일은 전혀 못하고 있는데 사고 이전의 건강한 바다에서 하루빨리 낚시하고 조개를 잡고 굴을 따는 것만이 주민들의 새해 가장 큰 소망”이라며 담담해 했다. 그러나 피해 문제로 얘기가 이어지자 “이번 원유 유출로 굴양식장 23㏊를 비롯해 전복ㆍ해삼양식장 130㏊, 가리비양식장 10㏊ 등 의항2구 어민들의 삶의 터전 모두가 피해를 입어 이번 사고로 가장 피해규모가 크다”며 통탄했다. 이곳 어촌계 회원 142명 중 90% 이상이 굴ㆍ전복ㆍ해삼 양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역 전체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식장을 다시 조성해 종패ㆍ종묘를 방류하고 이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향후 3~4년 걸릴 텐데 앞날이 막막할 따름”이라고 그는 하소연했다. 의항2구 피해보상대책위 위원장인 이 계장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통해 주민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피해주민들은 과연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신속히 특별법 제정 및 선보상을 통해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민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내 표정아(32)씨와 함께 네살배기 쌍둥이 남매를 의항분교 유치원에 보내놓고 매일 방제작업 현장 등을 찾고 있는 그는 요즈음 지역주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각종 정보를 취합하는가 하면 보험사 등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주민들이 면밀히 챙기도록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피해주민의 70~80%가 노인들이어서 할 일이 더욱 많다. 이 계장은 “공기 좋고 물 좋은 천혜의 환경자원을 자랑하던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처럼 큰 환경재앙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면서도 “이번 사고로 국민 모두가 많은 것을, 특히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정말 배웠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전국민의 성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사고 이후 하루 평균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방제작업에 땀 흘려준 결과 지금은 해수욕장과 해안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 계장은 “국민들의 이 같은 성원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고 이후 마을 어른들의 어깨가 늘 처져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평생 삶의 터전인 이곳이 다시금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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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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