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호조를 나타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출 업종의 경우 환율 하락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원자재가 인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통을 중심으로 내수 활성화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감지되고 있으나 자동차 등 고가 제품의 경우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본격적인 내수 상승국면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높다.
◆1분기 실적 `외형은 선방' =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삼성전자는올 1분기에 매출 14조∼15조원, 영업익은 2조2천억∼2조5천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이 13조8천억원, 영업이익 1조5천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나는 것이며, 특히 이익은 50% 이상 많아지는 셈이다.
휴대전화 부문은 판매량이 작년 4분기보다 15% 이상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10% 중반대가 될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는 플래시메모리의 호조가 D램의 가격 하락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1분기에 매출 6조3천억원 가량, 영업이익 2천500억원 안팎이 될 것이으로 예상돼 작년 4분기 실적이 매출 6조5천213억원, 영업이익 94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고유가 등의 영향에도 불구, 제품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1분기에 지난해 못지 않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는 2월까지 수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물량 기준으로는 약 5%, 금액으로는 33% 가량 늘어났으며, 3월에도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도 고유가에 따른 감소 우려에도 불구,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분기 매출 4조1천억원, 영업이익 4천380억원, 순이익 4천200억원 가량의 실적을 거둔 SK㈜와 매출 2조1천억원, 영업이익 2천억원, 순이익 1천억원 가량을 기록한 에쓰-오일 등의 정유업체들은 올 1분기에도 지난해 수준 이상의실적을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도 LG화학이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7조1천억원에서 7조4천여억원으로 높여잡았지만 1분기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등 최대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철강업체들도 지난해 철강재 부족현상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한데이어 올 1분기에도 실적 호조 행진을 구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 1분기 매출액이 5조6천500억∼5조7천억원에 달해 지난해 4분기보다 500억∼1천억원 가량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전분기보다 약 1천억∼2천억원 늘어난 1조7천억∼1조8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INI스틸, 동국제강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와 겨울철 철근 비수기가 겹치면서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종도 수출이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 등 완성차 5사의 올 1-3월 자동차 판매 실적은 모두 122만4천351대로 작년 동기에 비해 24.1% 증가했다.
◆수출 업종은 `환율 주름살'..원자재가 상승도 겹쳐 = 조선업체들은 조선용 후판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환율 하락의 여파로 인해 지난해부터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올 1분기에도 작년 4분기에 이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체들은 세계 초대형 LNG선 발주 프로젝트를 싹쓸이하는 수주 호황속에서도 올해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때문에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원가절감과 각종 경비절감 등 `내핍경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대외적 불안정 요소에도 불구, 1분기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분석되나 양사 모두 수출 비중이 80% 가량 되기 때문에 1분기 내내 지속된 환율 하락이 실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예상 평균환율이 1천20원 수준으로 작년의 1천172원보다 13% 가량절상되면서 매출과 이익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수출이 1조2천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바닥을 찍은 것으로 점쳐지면서도 당초목표치에는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역시 환율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분석이다.
완성차 업계의 올 1분기 수출이 97만9천708대로 작년 동기(72만6천559대)보다 34.8% 증가했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천억원대 중반까지 급락, 원.달러환율 하락 `쇼크'가 예상보다 컸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에도 환율 여파가 적지 않을전망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 포스코 등 철강업계가 철강제 값을 한꺼번에 10% 가까이 올림에 따라 자동차업계의 시름은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75% 가량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번 철강재가 인상으로 2천억원 이상의 원가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효성, 코오롱 등 화섬업계의 경우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4분기보다는 다소 개선되나 작년 동기 수준에는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원료 가격이 줄줄이 인상, 제조원가가 상승했지만 직물업체들의 불황으로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반적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경기 회복 조짐 `솔솔'..낙관은 `시기상조' = 소비심리 회복의 척도로 꼽히는백화점 매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1분기(1-3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4.2-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수도권 12개 점포를 기준으로 1-3월 세 달을 합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증가했다. 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3%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2개 점포의 3월 매출이 작년 동월보다 6.0% 늘었으며 1-3월매출도 4.2%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3월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5.2%의 신장률을 보였다.
할인점 매출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1-2월 매출이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으며 롯데마트도 1-3월 매출이 9.8%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들어 식품, 생필품, 의류, 가전 등 전반적으로 매출이 골고루 상승하고 있어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항공업계도 유가상승속에서도 승객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1분기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 1분기 항공기 전체 승객수는 작년 동기 대비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며 이에따라 대한항공은 작년 1.4분기보다 9% 늘어난 약 1조8천억원의 매출을, 아시아나 역시 같은 증가율로 7천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혼수 특수' 등에 힘입어 가전 부문도 내수 판매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내수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3월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5.8% 하락했으며 업체별로도 최근 잇따라 출시된 SM7과 SM5의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르노삼성차만 작년 동기 대비 32.3%의 증가세를 나타냈을 뿐 나머지 4사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경유차량에 대한 세금인상과 경유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표적인 고수익 차종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경제지표를 통해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있지만 대표적인 고가품인 자동차 판매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내수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격적으로 내수가 살아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