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뉴스 포커스] "불로소득으로 그들만의 파티"

금융회사들 고배당·신의 연봉에 성과급까지…


외환위기 때 168조원(공적자금),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5조9,000억원(구조조정기금). 정부는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은행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망하게 놓아두려니 시장의 시스템이 망가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적 영역의 금융회사들을 살려준 것이다. 국민의 수혜를 입은 금융회사들이 지금 높은 배당과 성과급으로 파티를 즐기겠다고 나서고 있다. 길어야 십수년 전 혈세가 들어간 것을 똑똑히 기억하는 국민들은 그래서 더욱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위급할 때 도와줬더니 호황을 맞자 이제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은행장들을 불러 뒤늦게 고배당 자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힘들어보인다. 금융회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상당 부분은 '불로소득'이나 진배없다.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높이는 '쉬운 돈벌이' 방식을 통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챙겼다. 당국이 가계대출 중단을 요구하면서 대출금리를 올렸고 저축은행 사태로 돈이 은행으로 몰리자 예금금리를 낮췄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외환은행이 상반기에 1조원의 막대한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는 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도 현대건설이 큰 힘을 줬다. 장사를 잘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금융회사들은 이런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배당이 그렇다. 최근 5년간 7대 시중은행은 10조원이 넘는 현금을 배당했다. 특히 올해는 18개 은행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07년(15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돼 배당도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8월부터 폭락 장세가 펼쳐진 탓에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음에도 증권사 금고에는 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단타매매에 나서면서 수수료 등이 많아진 덕분이다. 그들은 지금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하려 하고 있다. 영업실적이 우수한 일부 직원의 올해 성과급이 2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원장은 "글로벌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월가 시위에서 보듯 금융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어도 올해는 배당이나 성과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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