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역경을 딛고 일어선 기업들] <1> 로케트전기

로케트 상표까지 팔며 체질 강화… 2차전지 등에 과감한 투자…<br>15년만에 매출 1000억 재돌파 눈앞


휴대폰 등장하며 건전지수요 뚝
환란까지 덮쳐 뼈깎는 구조조정
1,000명 직원 200명으로 줄여 2007년부터 매출 회복 가시화
2차전지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
올해 직원 공채등 부활 자신감
지난 2월 어느 날 로케트전기 광주공장의 직원들은 초등학교 신입생처럼 마냥 들떠 있었다. 이날은 회사가 어렵다고 수십년간 미뤄왔던 근무환경 개선프로젝트가 마침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우중충하던 공장 외벽은 새 페인트로 칠해졌고 생산동의 낡은 도로는 말끔하게 포장됐다. 번듯한 휴게시설도 새로 들어서 직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새롭게 단장한 공장을 지켜보던 서영찬 로케트전기 사장은 "지난 10여년간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직원들의 작업환경과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구조조정 속에서 꿋꿋이 버티며 애써온 직원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뿌듯해 했다. 사실 로케트전기에 지난 십수년의 세월은 끝없는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었다. 직원들은 수없이 불어닥친 인력감축의 칼바람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갖은 고생을 겪어야 했다. 건전지 업계의 대표주자였던 로케트전기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만 해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한창 잘나가던 회사였다. 무선호출기 붐을 타고 건전지 수요가 폭증하며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창립 50주년을 맞았던 1996년에는 아예 전세기를 동원해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시찰까지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건전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매출도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광풍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남보다 앞서 2차전지 개발에 투자했던 수백억원의 자금은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결국 고지를 눈앞에 두고 개발사업 자체를 접어야만 했다. 회사 매출도 2007년에는 449억원으로 10년 만에 반토막나고 말았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회사는 1999년 이후 자연퇴사인력에 대한 충원을 중단했고 권고사직까지 동원됐다. 10년 동안 이어진 인력감축으로 1,000명에 달했던 직원은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수익성이 나쁜 생산라인은 모두 폐쇄되는 극약처방까지 단행됐다. 김상현 기획팀장은 "회사에서 활동하던 동호회부터 하나둘씩 붕괴됐다"고 어려웠던 시기를 전했다. 남은 이들은 동료가 떠날 때마다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위로해야 했다. 그러나 로케트전기 임직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과정을 자동화하고 전성기에 소홀했던 해외 공급선을 다시 넓히는 데도 주력했다. 해외영업인력과 주요 연구개발(R&D)인력은 오히려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투자를 늘렸다. 무엇보다 발등에 떨어진 부채문제 해결이 시급했다. 회사 측은 2002년 국민 브랜드로 통하던 '로케트' 상표의 영업권을 P&G(당시 듀라셀)에 임대∙양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815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해 숨통을 트고 이후 증자와 감자를 거듭하며 체질을 다졌다. 회복은 느리지만 분명히 진행됐다. 매출은 2007년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고 1차 건전지 매출은 현재 매년 20% 이상 늘고 있다. 해외공급이 안정된 탓이다. 현재 중남미의 가이아나, 수리남 등에서는 '로케트'가 건전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한때 애물단지였던 2차전지 분야도 고스란히 회사의 새로운 성장역량으로 되돌아왔다. 자회사인 로케트ENT는 2차전지 장비 개발에 성공해 LG화학 등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4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로케트전기의 포트폴리오도 더욱 다양해졌다.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2차전지 원통분야에 진출한 것은 물론 종이처럼 얇은 로케트의 박형 전지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고른 매출을 통해 올해 로케트의 매출 목표는 2007년의 2배 수준인 9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15년 만에 꿈의 매출로 불리는 1,000억원을 재돌파하는 것도 눈앞의 일로 성큼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눈물을 머금고 주력 브랜드마저 넘기는 등 돈 되는 것은 모두 매각해버린 단호한 구조조정 노력과 똘똘 뭉친 직원들의 집념, 그리고 미래성장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어우러져 로케트전기의 화려한 부활을 가져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로케트의 올해 예산에는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동호회 지원자금이 책정돼 있다. 아직 5,000만원의 작은 규모지만 부활의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직원 공채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서 사장은 "1980년대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된 수입자유화부터 INF 사태와 금융위기까지 굳건히 견뎌냈다"며 "우리 몸에 흐르는 도전과 집념의 DNA가 아무리 어려워도 쓰러지지 않는 힘센 건전지처럼 만들어줬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꼬리를 잇는 위기를 이겨낸 65살의 로케트는 이제 더욱 단단해져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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