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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음악은 어렵고 낯설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사실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현대곡들도 많아요.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현대음악과 친해지려면 계속 듣는 길 외엔 왕도가 없지요.” 독일에서 활동중인 작곡가 진은숙(45)씨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현대음악 무대를 선보인다. 진씨는 2004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악가들에게 주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한 작곡가. 올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로 위촉된 진씨는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8일 오후 8시 고양 덕양어울림누리에서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Ars Novaㆍ신 예술)’라는 이름으로 서울시향과 현대음악 연주회를 연다. 서양 고전 음악사에서 현대 음악 작곡가만큼 그 시대 대중들에게 외면당한 음악도 없다. 고전주의 작곡가 베토벤과 모차르트는 귀족들과 서민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피아노의 성자라는 칭호가 붙은 리스트와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연주회는 언제나 만원 사례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마이클 잭슨, 비틀즈 같은 슈퍼 스타였던 셈. 하지만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곡가 쇤베르크와 베베른, 슈톡하우젠은 오늘날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뿐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물론 연주회 무대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다. “현대 음악 작곡가들 책임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요. 이해하기 쉬운 현대곡들도 얼마든지 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않았어요.” 진씨는 “현대 음악이 어려운 게 아니라 음악이란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음악이란 우리 감성과 상관없이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므로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진씨가 ‘아르스 노바’ 프로젝트에서 소개할 곡들은 베베른의 ‘파사칼리아 작품1(Op.1)’를 비롯해 슈베르트의 곡을 베베른이 편곡한 ‘6개의 독일 무곡’, 진은숙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푸에르토리코 작곡가 R. 시에라의 ‘알레그리아’와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등이다. 베베른의 파사칼리아 작품1은 베이스 선율이 반복되는 바로크 음악 양식 ‘파사칼아’를 채용한 작품. 옛 음악 양식의 틀을 빌렸지만 새로운 양식의 음악 스타일을 찾으려는 거장의 노력 흔적이 엿보인다.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녀에게 그라베마이어 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고전적 교향곡 양식인 4악장 구성을 바탕으로 단순한 화성 구조와 독특한 음색이 두드러진다. 지휘는 진씨와 윤이상의 작품을 많이 연주한 스테판 에즈버리. 바이올린 협연자인 비비안네 하그너는 간호사 출신의 한국인 어머니,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연주자로 2002년 켄트 나가노 지휘의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진씨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계 초연할 당시에도 바이올린 협연자로 출연했다. 진씨는 공연 시작 1시간 전 약 30분간 관객에게 연주 프로그램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02)370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