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20년간 한센병 환자에 헌신 소록도 치과의사

오동찬 의료부장 JW중외그룹 '성천상' 수상

아랫입술재건 수술법 개발로 한센병 후유증 불편·아픔 덜어

대화하며 정서적 치유도 앞장 "소외된 이웃 위해 더 봉사할 것"


"소록도에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희생하고 헌신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제가 환자들에게 받은 고마움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 많은 의료혜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한센병 환자들의 치아를 돌봐온 치과의사가 참의료인에게 수여되는 '성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JW중외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제2회 성천상 수상자로 오동찬(46·사진)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오 부장은 치과의사로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면서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1994년 조선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오 부장은 1995년 26세의 나이로 공중보건의로 국립소록도병원과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20년간 1,600명의 한센인을 위해 의술을 펼쳐왔다.


오 부장은 "당시 말기암 환자였던 어머니께서는 그 누구도 가기를 꺼리는 소록도에 지원한 저를 극구 만류하셨지만 1년의 공중보건의 근무만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겨우 허락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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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센병 후유증으로 아랫입술이 처져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아랫입술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400여명의 환자들에게 입술 성형수술을 실시하기도 했다.

오 부장은 "어려서부터 슈바이처를 배우면서 의사의 꿈을 키우고 소록도에 왔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았다"며 "한센병 후유증으로 아랫입술이 처진 환자들은 처진 입술 때문에 침이 흘러내리고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불편한 손(손가락이 없는) 때문에 양치가 어려워 각종 치과 질환을 갖고 있었으며 입속에 고름이 생기고 심지어 구더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국립소록도병원 내에 진료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내과·외과 등 모든 치료를 도맡는 등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무엇보다도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병'이라고도 불리는 한센병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환자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진료가 없는 날에는 환자들과 함께 식사를 함께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정서적인 치유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5년부터는 매년 여름휴가나 명절기간에 캄보디아·몽골·필리핀 등 한센병 환자가 많은 국가를 찾아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는 등 국적을 뛰어넘는 한센인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성천상은 JW중외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기석 사장의 생명존중 사상을 기리고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 참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됐다. 시상식은 다음달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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