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별에는 낭만과 경외(敬畏)가 있다. 교과서에도 실렸던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에서 목동 청년은 연정을 품고 있던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와 우연히 밤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헤아리는 시간을 갖는다. 별똥별(유성)이 스치고 지나가자 궁금해하는 스테파네트에게 목동은 '어떤 영혼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겁니다'라고 답하며 성호를 그었다. 동양에서도 위대한 인물이 죽으면 유성이 떨어진다고 여겼다. '큰 별이 지다'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유성은 우주 공간의 티끌이나 암석, 먼지 같은 작은 물체가 지구 대기와 충돌할 때 마찰열로 불타는 현상. 인간의 과학기술은 유성의 목록에 한 가지를 더 올렸다. 수명을 다하거나 고장 난 인공위성, 그 파편이 지구로 떨어질 때 별똥별처럼 보인다. 문제는 지구로 쏟아질 수 있는 우주 잔해가 무수히 많다는 점.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이래 7,000여개가 발사된 인공위성에서 나온 파편 가운데 지름 1㎜∼10㎝m 정도의 물체는 10만개 이상, 그보다 작은 물체는 수천만개가 우주를 떠다닌다.
△미국은 10㎝ 이상의 우주잔해에 고유번호를 붙여 추적 감시하고 있다. 언제 인공위성과 충돌할지 또 지구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름이 10㎝ 정도라 할지라도 3만5,000㎏의 트럭이 시속 190㎞로 달리는 것과 같은 운동에너지로 지구를 가격할 수 있다. 1978년 초에는 소련의 핵추진 감시위성 코스모스 954호가 통제 불능에 빠져 추락하며 지구촌을 방사능 공포에 빠트렸다. 원자로는 대기권에서 완전히 타버렸지만 잔해는 캐나다 서북부의 무인지대로 떨어졌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0~12일 사이에 유럽우주청(ESA) 소속의 인공위성이 지구로 추락한다는 경보가 울렸다. 1,077㎏급 위성의 대부분은 대기권 돌입시 타버릴 것으로 예상되나 내열부품의 파편 20~30개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단다. 지구표면적의 70%가 바다로 덮여 있고 인간의 거주 지역은 상대적으로 좁아 사람이 파편에 맞을 확률이 1조분의1이라 하지만 확률은 자체로 발생 가능성을 담고 있다. 별똥별의 낭만과 발복(發福)은 어디로 가고 재앙이 비껴가기를 비는 세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