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 편법상속의혹 기소] 사법처리범위 촉각속 타그룹 확산여부 관심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삼성전자 상무)가 그룹 후계자로 떠오른 계기가 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에 대해 검찰이 사법처리 결정을 내림으로써 앞으로 삼성은 물론 재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 31명의 경영진과 임원이 피고발인으로 돼 있고 이 회장과 재용씨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큰 타격이 예상되고, 비상주를 통해 2,3세에 대해 편법상속을 했거나 진행중인 의혹을 받는 재벌이나 계획중인 곳도 검찰의 칼날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기소 배경은= 검찰은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 에버랜드 주식에 대해 지난 93년 실제로 3차례나 주당 8만5,000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계열사들이 자산평가시 주당 8만9,000∼23만원에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평가가 가능한 최소치의 가격인 8만5,000원을 적용하더라도 전체 발행물량의 96%(125만4,000여주)를 재용씨 등에게 배정한 것을 감안하면 최소 970억원의 배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손해액을 특정할 수 있어 특경가법(공소시효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는게 확고한 입장이지만 SK 1심 판결에 비춰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업무상 배임죄 공소시효(7년)을 앞두고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올 초 SK 최태원 회장의 주식 부당내부 거래에 대해 최 회장의 배임액수를 959억원 산정, 50억원 이상에 대해 적용되는 특경가법상 배임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비상장주의 거래에 대해 액수를 특정하기 힘들다”며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판결한 바 있다. ◇사법처리 의미는= 검찰이 고발사건을 접수한지 3년6개월 만에 어려운 경제현실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에 나선 것은 편법 증여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의 사법처리 방침은 무엇보다 재용씨가 그룹의 후계자로 떠 오른 부분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96년 말 재용씨는 에버랜드가 헐값에 발행한 CB를 계열사들이 실권함으로써 이 CB를 인수해 지분 25.1%를 확보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19.3%를 갖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한 지주회사격이다. ◇전망과 파장은= 검찰은 재판 진행중 다른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만큼 이건희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 31명과 수익자인 재용씨 등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책임 유무를 가린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회장과 재용씨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재용씨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 받아 혐의 사실이 모두 확정되면 실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발인과 에버랜드 실무진 등 모두 50여명을 소환하고 1만페이지의 기록을 조사해 온 검찰은 “피고발인 33명중 2명만 일단 기소했다”고 말해 앞으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공모 여부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들은 독자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 에버랜드가 주장하는 자금 조달의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주장의 사실 여부 및 윗선의 공모 여부 등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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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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