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뻥 뚫린 대북 정보망 이면


우리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북한의 공식 발표 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을 놓고 대북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한국 외교라인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것을 놓고 대중 외교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만 국한됐던 현상은 아니다. 러시아도 미국도 사망 사실을 몰랐고 주변 어느 국가 정상도 후 주석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 북한과 혈맹 관계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김정일 사망 직후에 주변국과 핫라인을 가동한다는 것이 마치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 십상이고 이 같은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법하다. 문제는 이같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일에도 왜 한국 정부가 외교라인의 교체를 포함한 문책론까지 나오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직후 중국은 발 빠른 조문 외교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미국은 북미 뉴욕 접촉을 통해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향방을 모색하는 사이에 한국 정부는 조문 논란으로 남남 갈등이 나타나는 모습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 중국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대 미문의 3대 세습으로 탄생한 김정은 체제는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3년간 안착 여부를 알 수 없는 '불투명성'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한반도가 '칼 끝에 서 있는 형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이 모두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적극 협력하자고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터에 정작 북한과 한반도의 운명을 같이 해야 할 한국 정부는 김정일 유고라는 급변 사태에 아무런 레버리지를 갖지 못하고 주변 강대국의 움직임만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핵무기 포기나, 개혁ㆍ개방 같은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과 관계 강화를 통해 정권 안착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남북 신뢰가 땅에 떨어진 한국 정부로서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주변국이 주도하는 대세에 휩쓸리며 수세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한국정부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북한과 어떤 회담도 없다고 밝혔지만 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6자 회담 재개로 가닥을 잡으면서 남북은 다시 대화국면으로 돌입한 바 있다. 과거의 퍼주기식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국제 관계는 실리와 냉정만이 있을 뿐이다. 대북 정책에 있어 원칙은 세우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대처하며 교류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모 베테랑 대북 전문가의 말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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