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로출범 한달] 달러 버금 새 기축통화 '자리매김'

유로화가 지난 1일로 출범 한달을 맞았다. 유로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새 기축통화의 성공적 데뷔」이라는 말로 요약된다.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아직도 유로화 출범이 유럽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우려가 적지않은 상황이다. 유로화 출범 한달을 맞아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와 국내 산업에의 영향을 점검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화= 지난달 중순 브라질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은 유로화로 몰렸고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액중 유로화 비중을 늘리면서 유로화는 달러에 필적하는 새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발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1일 런던시장에서 한때 1.129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 첫 거래를 시작한 후 사상 최저치였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한달전 134엔선에서 지금은 131엔대로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장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미국 경제가 예상외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반응일 뿐 유로화의 신뢰와 관련된 약세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ABN 암로은행의 경제분석가인 에스퍼 다네스뵈는 『미국의 강력한 성장전망 보고에 따라 투자가들이 달러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유로화의 약세는 오히려 유럽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11개국으로 구성된 유럽통화동맹(유로랜드)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견해도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강세,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지만 적정 환율을 찾아가는 조정과정인 만큼 향후 1.2 달러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신뢰는 특히 유로화 출범 열흘만에 터진 브라질 외환위기의 전개 과정에서 강해졌다. 국제투자자들은 미국의 뒷마당에서 터진 금융위기에 대한 피난처로 미 달러를 파는 대신 유로화를 사들였고 유로 국채시장으로 몰려갔다. 엔화가 유동성에 문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에 필적할만한 통화인 유로화가 있다는게 다행이라고 말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 타이완 등 일부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실제로 유로화로 바꾸기 시작해 국제사회에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 이같은 유로화의 성공적 안착에 따라 가입을 반대했던 영국 등 미 참가국내에서는 유로 도입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영국의 조기 도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로랜드내에서는 실제 경제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로화 현금 사용시기를 앞당기자는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국내산업계의 대응=최근 한달동안 대기업들은 유로계좌 개설 및 무역거래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등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접근을 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달러화 결제를 선호, 유로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이 최근 한달간 다소 불안정한 양상을 보인 탓도 있지만 이보다는 국내 중견, 중소 무역업체들이 유로화 이용에 대해 전반적인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인규(金仁圭) 무역협회 IMF대책팀장은 『대기업들은 대부분 유로계좌를 개설하고 유럽 바이어들에게도 유로화 결제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중견, 중소기업은 유로화 출범을 단순한 결제통화 변경 정도로 인식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유럽바이어들은 국내 기업과의 거래에서 달러화 및 유로화를 병기하거나 유로화로 계약해 줄 것을 요구, 국내 기업의 미온적인 반응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유럽 바이어들의 불만은 대체로 홍콩, 대만의 수출업체들은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바꾸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하는데 반해 한국 기업은 소극적이라는 점 거래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또 국내 기업의 유로화 사용이 수출입 등 실물을 수반한 거래보다 외화포지션 관리 및 환율 리스크 방어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유럽국가별 통화에 따라 실시하던 선물환거래를 유로_달러화 거래로 단일화시켰고 현대종합상사는 1월초 외환은행에 유로계좌를 개설, 외화포지션중 유로랜드지역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 25%를 점차 유로화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산업별로는 유로화 출범이후 유로랜드(유로화 사용국)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체가 크게 늘어나 역내 국가간 및 역외국가와의 소프트웨어 교역이 호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전출납기, 자동판매기 등의 경우 오는 2002년까지 유로랜드내의 모든 동전 및 지폐 취급기기를 개체해야 하며 이 같은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반해 자동차의 경우 수출 대금의 유로화 결제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지 판매가격의 단일화 압력이 거세져 국내 자동차 수출 단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가전제품 역시 아직 수출단가 인하 요구가 보이지 않지만 현지 가격차별화 현상이 줄어들고 있어 수출단가가 하향 평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국제시장이 단일화돼 있는데다 가격도 달러화로 형성돼 유로화 출범에 따른 영향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조선 역시 달러화 거래가 보편화돼 유로화로 인한 영향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김형기·문주용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