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진국도 자율에 맡기는데… 유례없는 징벌적 정책" 불만

[온실가스 내년 900만톤 감축] ■ 산업계 반응 <BR>"배출권 거래제 밀어붙이면 매출 감소액 12조원 달해" <BR>"대기업들과 똑같은 잣대 부당" 에너지 다소비 中企 부글부글



산업계는 10일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가 세계에서 유일한 징벌적 '녹색정책'이라며 강도 높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겉으로는 제도 시행에 맞춰 목표치 할당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기업들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선진국도 아닌 한국이 굳이 앞장 서서 산업 경쟁력을 등한시하며 총대를 메는 게 타당하냐는 것. 이날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정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징금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도다. 녹색경영이 세계적인 화두인 상황에서 이 제도는 일면 순기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다수의 국가들이 녹색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이외에 페널티를 부과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지키라고 밀어붙이는 정부는 없다는 게 산업계의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일방적으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30%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한 후 서둘러 입법을 추진해왔다. 당초부터 기업들의 사정이나 입장이 반영될 기회나 시간은 없었던 셈이다. 최광림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아직 해외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맡기고 있다"며 "이를 제도화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의 더 큰 불만은 세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목표관리제'를 도입한 정부가 한술 더 떠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우선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정한 후 이를 초과해 온실가스를 더 내보내야 하는 기업은 초과한 만큼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제도다. 이를 시행하면 기업들은 페널티보다 훨씬 많은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배출권을 사고 판다는 점에서 친시장적인 규제 방식이지만 이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고려 중인 나라 역시 극히 드물다.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뿐이다. 미국은 법안통과가 어려워 제도시행을 보류한 상태고 일본은 아예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구의 온난화를 막기 위한 조치임에도 선진국들이 이 제도 도입을 꺼리는 것은 배출권 거래제에 따른 할당량 부과가 기업들의 생산 활동 규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상의 등 18개 경제단체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시 국내 산업계의 매출 감속액이 많게는 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도의 좋고 나쁨을 떠나 국내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를 막는 것이 먼저"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시기를 못박는 것도 모자라 목표관리제를 도입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목표 관리업체로 지정된 제지ㆍ목재ㆍ시멘트 등 일부 에너지 다소비 중소ㆍ중견기업들은 기준을 완화해도 모자랄 판에 대기업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 부담이 크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는 의무감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놓은 것이 없다"며 "대내외 여건의 악화로 원가상승 요인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4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인식 정도를 조사한 결과 129개 중소기업 중 38%만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고 응답업체의 40%는 '기업활동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장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에서 제지목재 사업을 하고 있는 D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투자 규모나 시기는 무시하고 정부가 임의대로 목표치를 설정해 따라오라고 한다"며 "무조건 협상테이블에 앉혀서 막무가내로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모습은 실적 챙기기나 다름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은 대기업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할당량 기준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기준을 완화해주거나 지원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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